라이카 M 이 좋으면 타인의 조언(?)이 어떻든 그냥 사용하면 된다!
보통 아이가 태어나면 사진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사진 및 카메라 장비에 관심을 보인다. 요즘은 핸드폰이 좋아 별도의 카메라가 없어도 될 정도이지만, 사진 전용 카메라가 주는 재미도 있으니 이런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특히 어른 장난감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아빠들은 "아기" 찬스가 하늘이 내린 기회다!
나 또한, 아들이 태어나면서 카메라 장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전에도 사진을 좋아했지만, 그냥 기록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아들이 태어나는 순간 DSLR 을 처음 접하게 되었고 새로 구매한 Entry 급의 Canon DSLR 을 아들이 낙하하는 사고가 생긴 뒤로 고급 기종으로 바로 갈아탔다.. 기회를 기가 막히게 이용한 셈이다.
그 뒤로 손목이 부을 정도로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하루 종일 아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뒤늦게 빠진 사진의 재미 때문에 찍고 또 찍고를 반복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진에 대해서 조금 더 진지하게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사진 전공자들이 보는 교제도 구해서 보고 정말 닥치는 대로 공부하고 연습했던 것 같다.
내가 처음 사진을 찍을 무렵 신기하게 주변에 이미 DSLR로 사진을 오랫동안 찍은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훈수를 둔다. 당시 단초점 렌즈만 사용했던 나에게, 줌렌즈가 좋다느니, 매뉴얼 모드로 찍어야 사진이 좋아진다느니, 망원 렌즈가 없어서 어떻게 사진을 찍느냐느니... 훈수를 두는 사람도 많았지만, 이들은 하나같이 집요하게 나를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난 원래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 누군가 좋다고 하면 그 반대로 해 본다. 다들 줌렌즈가 좋다고 할 때 단초점 렌즈만 고집했고, 매뉴얼 모드로 사진 연습을 하라고 할 때 A (Aperture Priority Mode) 모드로 사진 연습을 했다. 망원 렌즈를 사용하라고 할 때, 표준렌즈를 사용했고 광각을 추가하라고 할 때 역시 표준 렌즈로 연습했다.
어느덧 5년 정도 흐르자 내 주변에 훈수를 두던 사람들이 다 사라졌다. 아무리 말해도 설득당하지 않으니 재미없었겠지....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5년 전 대단한 사진을 찍는 것 같았던 훈수쟁이들 사진이 보잘것없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 해도 내 사진이 그들보다 더 좋다. 장롱 카메라를 갖고 있는 사람보다 손목이 나갈 때까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연습한 내 사진이 더 좋았다.
내가 라이카 M10 을 구매하던 순간 또다시 훈수쟁이들이 등장했다. (어디서 나오는 건지...) 내가 아들 사진을 즐겨 찍는다는 걸 알고 조언을 해 주려고 했나 보다. 라이카는 가성비도 떨어지고 취미 정도로만 사용해야지, 빨리 움직이는 아이들 사진을 찍는 데는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동체 추적, 얼굴인식, 눈동자 인식이 빠르게 잘 되는 Sony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낮다며, 계속 나를 설득한다.
하지만, 이들의 말과 달리 난 라이카 M10 을 만나면서 아들 사진이 완성되었다. 수동 이중상 합치 방식의 라이카 M10 에 완벽 적응하는 데는 불과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가로 세로, 복잡한 피사체가 겹겹이 있어도 이중상합치 방식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아들 때문에 눈이 돌아갈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 내 손이 미세하게 움직이며 알아서 동체 추적을 하고 있었다.
엄마와 함께 아들이 손잡고 걷는 모습을 담을 땐 종종 Zone Focusing 방식으로 설정해 두고 초점도 맞추지 않고 거리계로 그냥 툭툭 사진을 찍었다. 마치 내 눈처럼, 몸의 일부처럼 내가 원하는 모든 걸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라이카 M 을 만나고 나는 진정한 아빠 사진사가 되었다.
다들 취미 사진사와 상업 사진은 무척 다르다고 한다. 스튜디오에서 스킬을 배우지 않으면 취미로만 찍었던 사람이 상업 사진을 하는 건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난 원래 타인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반드시 길이 있고 빨리 가지 못해도 꾸준히 하면 늘 목적지에 도달한다. 대부분 중간에 포기하기에 꾸준히 하면 어느덧 난 동종 업계에서 실력 있는 쪽에 속하게 된다. 이런 사실을 잘 알기에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라이카 M10 을 구매하며 상업사진을 시작했다. 드디어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빠 사진사로 빠르게 움직이는 아들 사진을 충분히 찍어 보았기 때문에, Drone 관련된 방위산업 업체의 컨셉 사진도 척척 라이카 M10 으로 찍었다. Zone Fucosing뿐 아니라, Small Aperture 즉, 조리개를 개방해서 심도가 얕은 사진으로도 Drone 을 담을 수 있었다. (Drone 은 생각보다 빠르다!)
라이카 M 아빠 사진사가 되고 싶은데 주변의 조언(?) 때문에 망설여진다면? 자신이 끌리는 카메라, 좋아하는 카메라라면 어떤 사진이든 담을 수 있다.
타인의 조언을 선물이라고 생각해 보자. 타인이 주는 선물을 모두 받을 필요는 없다. 내가 받지 않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