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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중한 Buddy

by Allan Kim


작년보다 한 달 가까이 벚꽃이 일찍 피면서 올해는 개인 사진 작업도, 기업 고객 사진 작업도 양이 절대적으로 늘었다. 야외에서 자연을 배경으로 찍으려면, 자연의 시간이 맞추어야 한다. 내가 집을 나설 때 구성은 늘 Leica M10 이 함께한다. 그리고 필름바디로 M6나 MP 혹은 가끔 FM2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집을 나선다. 상업 촬영이라면 Body 하나 정도 더 들고 나선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Leica M10 은 내 어깨에 걸려있는 녀석이다.


난 내가 사용하는 모든 기기에 옷(?)을 입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기기를 보호하는 것도 좋지만, 기기 자체가 예쁠 경우 (내 경우 기능도 중요하나 미적인 부분 때문에 제품을 선택하게 되니...) 날 것 그대로를 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특히 라이카의 경우 더욱 그렇다. 사실 황동 바디라, 어딘가 부딪혀도 크게 문제가 없다. 심지어 가슴 높이에서 낙하해도 핀 교정만 하면 멀쩡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흠집이라도 생기면 참 가슴 아프다.


그래서 늘 사진을 찍으면 어깨에 걸기보다 가방에 넣고 또 연달아 사진을 찍는 경우 크로스로 맨 다음 손으로 렌즈를 감싸고 있다. 이렇게 하면 충돌 위험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다.


이렇게 애지중지 매일 같이 하다 보니 친구 같은 애정이 생겼다. 가끔은 M10 을 보며 말도 건다. 드디어 사물과 대화하는 경지(?)에 도달한 모양이다.


니콘 FM2, Nikkor 50mm F/1.4 | Kodak Ektachrome E1000 슬라이드 필름

지난주 거의 벚꽃 엔딩에 찍은 사진이다. 막 떨어진 꽃잎을 주워 M10에 몇 개 올려 보았다. 그리고 Leica M10 벚꽃 Edition이라며 혼자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니콘 FM2, Nikkor 50mm F/1.4 | Kodak Ektachrome E1000 슬라이드 필름

늘 나와 함께해 주어 고마운 Buddy. M10 덕분에 사진도 크게 바뀌었고, 또 삶도 크게 바뀌었다. 나에게는 행운 덩어리인 M10 을 지긋이 바라보며. 내년에 다시 만날 벚꽃을 기약해 본다.

니콘 FM2, Nikkor 50mm F/1.4 | Kodak Ektachrome E1000 슬라이드 필름


안녕, 2021년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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