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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Jan 11. 2019

조금 불편한 필름으로 담은 일상 스냅사진

'필름 사진'에 대한 단상 

대략 일 년간 필름사진에 반 미쳐 생활을 했다. 물론, 디지털을 대체해서 필름만 했던 건 아니다. 여전히 일 때문에 필요한 사진은 디지털 사진을 찍었고 일상도 종종 디지털 사진으로 찍기도 했다. 필름과 달리 SD 카드만 컴퓨터로 넣으면 바로 디지털 암실에서 현상이 되는 디지털 사진은 참 편리하기도 하지만, 일상만큼은 더욱 필름으로 담고 싶었다. 필름으로 찍으면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끊임없이 상상해야 한다. 그리고, 그 상상의 결과를 보려면 현상소에 필름을 우편으로 맡기고 또 하루를 기다려 그 결과를 받을 수 있다. 늘 그렇지만, 마음만은 현상소에 맡기고 바로 몇 시간 이내 결과를 보고 싶어 안절부절이다.


라이카 M7, Summilux-M 1:1.4/50 apsh  | Kodak Portra 400 필름 
그냥 길을 걷다가 예쁜 광경이 보이면 스냅사진을 찍는다. 필름카메라는 늘 내 어깨에 걸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름사진을 일상 스냅사진으로 찍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찍어서? 이건 디지털카메라로도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다. 필름의 색감? 물론, 예쁜 색감 때문에 필름이 좋지만, 디지털 색감도 아름답다. 필름의 질감? 소위 필름의 그레인 때문에 입자감이 느껴진다. 이 때문에, 필름사진의 질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하지만 디지털도 후보정으로 이런 그레인을 넣을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논리적으로 필름사진에 더욱 정감이 가는 이유는 설명할 수 없다. 


라이카 M7, Summilux-M 1:1.4/50 apsh  | Kodak Portra 400 필름

그런데, 필름사진에 이끌리는 사람은 나뿐이 아닌 듯하다. 최근 아들을 위해 자동 필름 카메라를 알아보던 중 과거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던 필름카메라가 몇 배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뿐 아니라, 고가의 가격을 내더라도 물건 자체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직 수동 카메라는 비교적 물건이 있지만, 자동카메라는 정말 씨가 말랐다고 표현할 정도로 물건이 없다. 아마 그만큼 필름사진에 입문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반증인 모양이다.


리코 GR2로 찍은 리코 GR1 자동 필름카메라 

얼마 전 드디어 아들에게 선물할 리코 GR1 자동 필름 카메라를 구했다. 늘 라이카 M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다가 완전 자동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보니(아들에게 전달하기 전 테스트 목적으로 내가 찍어 보았다.) 너무 쾌적하다. 그리고, 이렇게 쉽게 필름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 사진기가 생긴 뒤 주변 사람들이 더욱 아들 카메라를 궁금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은 카메라가 필름사진을 찍는다는 걸 안 순간 자신도 갖고 싶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다양한 어플을 통해 필름느낌의 사진 필터 효과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효과와 실제 필름의 차이를 경험하고 나면 머릿속에서 필름카메라에 대한 욕망이 떠나지 않는다.



리코 GR1, Kodak Portra 400 필름 
리코 GR1, Kodak Portra 400 필름
리코 GR1, Kodak Portra 400 필름

물론, 제목의 화두에 대해서는 아직 답을 내지 못했다. 나는 왜 필름사진에 이끌릴까? 그런데 사실 굳이 답이 궁금하지도 않다. 조금 불편해도 필름에 이끌린다면 그냥 필름사진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오늘도 아들과의 일상, 내 삶의 일상을 필름으로 담아본다. 셔터가 끊길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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