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90 Lux 와 함께하는 저녁 동네 산책

라이카 망원렌즈 Summilux-M 1:1.5/90 asph

by Allan Kim

며칠 전 90mm Lux를 마운트 한 뒤 모든 카메라 바디에 90Lux 렌즈를 이동하며 사용해보고 있는 중이다. 수년간, 35mm 혹은 50mm 화각에 익숙해져 있어 망원이 상당히 어색하지만 망원의 묘미를 하나둘씩 느껴가고 있다.

Leica M10, Summilux-M 1:1.5/90 asph

렌즈 구경이 워낙 크고 초점링도 조금 빡빡한 편이라, 빠르게 초점을 맞추는 건 힘들다. 하지만, 한 템포 느리게 움직일 때 얻을 수 있는 사진만 취해도 90lux의 즐거움을 느끼는데 부족함이 없다.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하루 일을 다 마무리하고 하는 산책 시간이다. 그런데, 이번 주는 매일 소나기가 오락가락해서 이런 호사를 누리기 어려웠는데, 어제는 모처럼 빛이 아름다운 저녁을 마주할 수 있었다.

Leica M10, Summilux-M 1:1.5/90 asph
Leica M10, Summilux-M 1:1.5/90 asph
Leica M10, Summilux-M 1:1.5/90 asph


동네 주택가에서 마주친 "멍"군. 산책하면 자주 마주해서 그런지 원래 착해서 그런지, 낯선 나를 봐도 짓지 않는다. 차고를 보니 집 주인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 주인을 기다리다 지루해서 그럴까? 내가 다가서자, 펜스에 편안하게 자리하고 앉았다. "덥지?" 대답 대신 혀를 내밀며 숨을 거칠게 몰아쉰다. "멍"군 뒤로 비치는 녹색이 참 싱그럽게 보인다.


Leica M10, Summilux-M 1:1.5/90 asph

동네 지인의 집 공사 현장이다. 주택이었던 집을 빌딩으로 변경한다고 한다. 공사기간 동안 근처를 산책하면 늘 사진으로 담아 본다. 어쩌면 집이 완성되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지인에게 좋은 선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산책할 때 늘 50mm 하나 마운트하고 집을 나서는데, 90mm로 바라본 산책로 사진은 뭔가 색다르다. 가까이 보이는 풍경에서도 극히 일부만 잘라서 담아야 하기 때문에 생각이 많아진다. 익숙한 화각을 떠나면 고민을 하게 되고, 고민의 결과를 모니터로 보면 사진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오래간만에 사진 찍는 재미를 진하게 느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90mm Lux 망원의 즐거움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