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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머무는 사진

길거리 사진

by Allan Kim


나는 길거리 사진을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한국은 길거리 사진에 대한 거부감이 무척 심한 나라이다. 실제 법적으로도 공공장소에서 사진을 찍더라도 인물이 누구인지 (얼굴이 명확히 나오는) 식별 가능한 사진을 찍고 온라인에 게시하려면 당사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와 달리 미국의 경우 광고 목적 이외라면 본인 허락 없이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책도 출판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길거리 사진이 있는 사진집이 정말 많다. 안타깝게도 나는 한국에 살고 있으니 길거리 사진이 무척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라이카 MP, 씨네스틸 800T 영화필름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코로나 때문에 길거리 사진을 찍기 수월해졌다.(?) 다들 마스크를 기본으로 쓰고 다니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핸드폰으로 얼굴 인식도 안된다. 기본적으로 입과 코까지 잘 가려 있으면 적어도 기계는 사람을 식별할 수 없다.

라이카 MP, 씨네스틸 800T 영화필름

여전히 조심스럽긴 하지만, 코로나 이후 길거리 사진을 씨네스틸 필름으로 담아보고 있다. 도시 산책 시리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하나는 그냥 길거리 사진이고 또 하나는 같이 작업하고 있는 모델과 함께 담은 도시 '소녀' 산책 시리즈이다. 서울에 대표적인 장소를 모두 돌며 몇 년 정도 촬영한 다음 적어도 온라인 전시회라도 해 볼까 생각 중이다.

라이카 MP, 씨네스틸 800T 영화필름

해가 떨어진 직후 조명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하면 씨네스틸이 만드는 할레이션(빛이 오렌지빛으로 번지는) 축제가 시작된다. 사람들 얼굴이 식별 가능하지 않도록 조심스레 한 장 두 장 담아본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대가 되었지만, 사진에서만큼은 따스한 느낌이 드러난 이 시리즈가 참 좋다.

라이카 MP, 씨네스틸 800T 영화필름

자 얼른, 가을장마가 끝나고 다시 도시 산책 시리즈에 사용할 사진을 찍으러 서울의 밤거리를 산책하면 좋을 것 같다.

자 얼른, 가을장마가 끝나고 다시 도시 산책 시리즈에 사용할 사진을 찍으러 서울의 밤거리를 산책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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