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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도시의 얼굴

by Allan Kim

어제는 저녁에 서울역에서 촬영이 있었다. 의뢰인 컨셉 촬영을 진행하며, 더라이프 사진 프로젝트 중 '도시 소녀 산책 시리즈' 도 몇 컷 촬영했다. 도시 소녀 산책 시리즈는 서울의 곳곳을 방문해서 (주로 밤에) 도시의 민낯을 촬영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래도 주인공이 없는 street photography는 한국에서 수용하기 어려우니 일반인 모델과 함께 도시의 얼굴을 기록하는 프로젝트이다.

서울역 고가에 공원이 생긴 뒤 얼마 되지 않아 공원을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멋진 도시의 야경과 함께 쾌적한 공원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그 뒤로 고가 공원을 생각하면 "행복"이란 단어가 연상되었다.

하지만, 고가 아래의 서울역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일단, 코로나로 인해 그런 건지 잘 모르겠으나, 노숙자의 숫자가 장난 아니게 늘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일부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여러 명이 모여서 술을 마시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또 어떤 이는 비틀거리며 술병을 지나가는 행인을 향해 찬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살짝 안전에 대해서 걱정해야 하나 신경 쓰일 수준이다.

이뿐 아니다. 내가 컨셉 사진을 촬영하는 1시간 30분 정도에 같은 계단에 앉아서 약간 망연자실한 뒷모습을 한 채 하염없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여럿 눈에 들어온다. 살짝 숙연해진다. 뭔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 이내 외면한다...

도시의 밤은 아름답기만 한데, 보면 볼수록 이면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날 내가 담은 '도시 소녀 산책 시리즈' 란 이런 모습이다. 대체로 내 사진은 행복한 모습을 담고 싶지만, 이날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낭만이 있는 서울역 고가 공원을 보며, 행복이 가득한 도시의 모습을 담으러 나갔다가 교통체증에 놀라고 내가 보지 못했던 이면에 한 번 또 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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