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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Oct 28. 2021

아들 할로윈 분위기 이태원 어때?

핫셀블라드로 기록한 일상 이야기 

아마도 초등학교 아이가 있는 부모 중 내가 유일하지 않을까?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문득 어제 아들이 말했다. "아빠! 올해는 에버랜드에서 할로윈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 친구들이 Haunted house에 다녀왔다는데, 나도 보고 싶다." 문득 주차장부터 긴 줄, 고생만 하다가 아무것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화만 잔뜩 난 채 집에 돌아오는 가족의 모습이 떠올랐다. 에버랜드는 정말 지옥이다. 개장하자마자 1시간 이내에 승부를 보지 못하면 다른 시간대는 특히 할로윈 축제 분위기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 진짜 할로윈 보고 싶지 않아? 아이들 보는 놀이공원 말고?" 아들 눈이 반짝였다. "그게 어딘데?" 그길로 가족과 함께 밤에 이태원으로 향했다. 막히는 길도 에버랜드를 생각하니 쾌적하게 여겨졌다. 저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참 간사한 마음이다. 평소 "ㅆ"으로 욕을 하던 교통체증에 노래가 나오다니. 다시 생각해도 웃음이 터진다. 크아~


이태원 거리에서 


한남동 이태원을 통틀어 초등학생은 아마 아들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기저기 젊은 친구들이 음주 가무(?)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아들이 물었다. "아빠, 담배 피우는 사람이 정말 많네, 할로윈 축제는 어디야?" 그때까지도 아들이 낚인 걸 몰랐나 보다. 결론적으로 아들은 11년 생에 처음으로 독특한 할로윈을 체험했을 것이다. 성인들이 즐기는 할로윈 모습을 보고 아들은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묘~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이태원 메인 상권 골목에서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곳곳에 벌써 취객이 보이기 시작한다. 코로나 전과 달리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가게마다 사람은 이미 만석이다. 불과 몇 달 전 썰렁한 이태원 골목에 비하면 백신이 이곳에 다시 활력을 불어 넣어준 모양이다.



"아들 이런 할로윈 어때?" 

"아빠, 코로나 끝나면 할로윈때 맞춰서 미국 여행 가자. 또래 친구와 같이 Haunted House 가고 싶어" 

아들과 동갑인 여자친구가(?) 기다리는 Atlanta에서 보내는 할로윈을 상상하며 미소가 나왔다. 그래. 할로윈 별건가, 친구와 재미있게 놀면 그게 최고겠지. 어젯밤, 아들은 여자 사람 친구와 놀고, 나는 내 친구와 함께 그의 오두막집에서 불멍과 바베큐를 하며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상상하며 잠이 들었다. 






초등학교 아이와 함께 에버랜드
대신 이태원 할로윈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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