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에세이 Chapter 3. Leica CL
라이카 CL 이 처음 나왔을 때, 디자인에 바로 매료되었다. 35mm 카메라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오스카 바르낙 카메라 디자인을 그대로 수용했다고 하는데, 단순하지만, 세련된 모습이 너무 매력 있었다. 라이카 x 의 후속 카메라라는 루머도 있었는데, 출시 이후 라이카 x와 완전 다른 카메라다. 이거 정말 물건이다. 미국 리뷰를 보니, 작은 Leica M10 이란 별명이 있을 정도였다. 실제 사신 작례를 보니 Leica M10 으로 찍은 사진 결과와 차이가 없었다. (물론, 작례를 보면 늘 잘 찍은 사진이니 가끔 속을(?) 때도 있지만 말이다.)
이미 Leica M10과 Leica Q로 사진 생활을 즐기고 있었지만, 거의 망설임 없이 지름신이 찾아왔던 것 같다. 더 이상 구매를 정당활 이유도 없었다.
국내 온라인 포럼에서는 반응이 차가웠다. 크롭 센서라 이유 때문에 입문용 라이카라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나에게 더 이상 풀프레임 vs 크롭 센서는 별 의미가 없었다. 보통 사람들이 풀프레임과 크롭 센서를 나누는 큰 이유는 심도에서 손해가 크며, 노이즈도 더 많이 생긴다는 이유 때문이다. 최대 개방했을 때, 배경을 최대한 흐리고 싶은데, 크롭인 경우 풀프레임보다 배경날림 효과가 적다고 불평한다. 그런데, 내 경우는 더 이상 얕은 심도(배경을 흐리는)를 즐기지 않게 되었다. 라이카 M10으로 사진 생활을 시작하면서 습관적으로 조여서 찍게 되었다. F/4 이상 찍는 일이 많았고 피사체뿐 아니라 배경까지 너무 선명하고 아름답게 표현되니 최대한 흐리고 싶지 않았다.
라이카 이전에는 F/2.8에서 F/1.4 사이로 사진을 즐겼다면, 라이카 이후부터는 빛이 충분하다면 F/4 이상 조여서 사진을 즐겼다. 선명할수록 더 행복했다.(참고로 심도의 경우 photographer의 의도대로 활용하면 된다. 누군가는 마치 공식처럼 사진을 잘 찍으려면 F/x로 설정해서 찍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Pro도 얕은 심도가 자신의 작품을 잘 표현한다고 하면 얼마든 개방해서 찍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에게는 자연스레 풀프레임/크롭 센서의 의미가 없어졌다.
디지털 노이즈도 마찬가지이다. 라이카 이전에는 ISO 100으로 설정해서 가능하면 노이즈 없이 선명한 사진을 좋은 사진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일부러 노이즈를 넣기도 한다. 실제 나는 주광에도 ISO를 400으로 설정하고 사진을 찍는 편이다. 경우에 따라서 ISO 1600의 노이즈가 좋아서, 일부러 ND Filter(빛을 차단하는 광학 필터)를 이용해서 촬영하기도 한다.
결국 나에겐 Leica M10 이든 CL 이든 사진 결과 입장에서는 동일한 카메라다.
어쨌든, 여러 가지 논리가 있었지만, 라이카 CL 이 그냥 갖고 싶었다. 그래서 매장에 가서 라이카 CL을 구매하겠다고 했다.
그때 매장 매니저의 얼굴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아니, Q도 이미 구해하셨잖아요? 지금 갖고 계신 기기들보다 더 좋은 것도 아닌데, 정말 구매하시려고요?
매니저는 진심 걱정 어린 얼굴을 하고 나에게 말했다. 오죽 자주 질렀으면 물건을 판매해야 하는 입장인 영업사원이 말릴까?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그에게 말했다. “라이카에 제대로 미쳤나 봅니다. 논리적으로 필요 없다는 걸 잘 알지만, 그냥 갖고 싶습니다.”
그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방에서 라이카 CL을 개봉하고 있었다. 그나마 라이카 CL 전용 렌즈는 별도 구매하지 않았다. M 렌즈와 이종 교배해서 사용할 생각으로 구매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라이카 CL을 제대로 활용할 기회가 생겼다..
이하 라이카 CL을 이용한 사진 생활은 또 다음 이야기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