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lan Kim Mar 06. 2022

라이카 M으로, Q로 소품/제품 사진은 무리?

라이카만 이용한 상업사진 

이전 글은 다음 브런치 북에서

https://brunch.co.kr/brunchbook/leicalife


라이카만 이용해서 상업사진을 시작하니 제약이 있었다. M으로 사진을 찍을 땐 최소 초점거리가 70cm라는 제약이 있었고, 그래서 초점 거리가 짧은 Q로 찍으니 28mm라는 화각의 제약이 있었다. 28mm 화각으로 근접해서 촬영하면 왜곡이 상당하다. 뭐 취미로 사진을 찍을 때도 신경 쓰이는 수준인데, 만일 상업사진을 한다면 의뢰인에게 전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보통 사진 의뢰를 받을 땐, 인물사진, 제품 사진, 공간 사진 등을 의뢰받는다. 이 중 내 경우는 제품 사진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제품만 찍을 때도 있고, 인물이 제품을 들고 찍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왜곡이 보이면 상품성이 떨어진다.


뭐 이런 핑계로 또 지름신이 찾아왔다. 이제 장비 구성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Leica M10을 시작으로, Leica Q, Leica CL, 그리고 Leica M7 필름 카메라까지 라이카 한대만 있어도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덧 바디만 4개가 되었다.


덕분에 상업사진 촬영도 시작했고, 취미가 직업이 되어 행복하기도 하지만, 자꾸만 장비를 추가하니 원래 최소 장비로 사진 생활을 하려는 목적에서 점점 멀어졌다. 라이카로 모두 장비 구성을 하니 부담스럽기도 했다. 라이카 렌즈 하나 구매 가격에 타 장비 바디+고급 렌즈 구성이 가능하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다고 라이카로 시작한 상업사진을 다른 브랜드와 섞고 싶지도 않았다. 아마 의뢰인은 느끼지 못할지 모르겠으나, 난 라이카로 찍은 사진과 다른 브랜드로 찍은 사진의 차이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다른 결과물이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국 소품 촬영을 위해 매크로 렌즈를 추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라이카 M 에는 매크로 어댑터가 있긴 하지만, 매크로 렌즈는 없었다. 매크로 어댑터를 반도카메라에서 빌려 보았지만 너무 불편했다. 아무리 라이카 매니아라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Leica CL의 렌즈 중 APO MACRO 60mm TL 렌즈가 있다는 걸 알았다. 또 반도에서 빌려서 테스트 촬영을 해 보았다. 대박이다. 그동안 CL 전용 렌즈를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았는데, 60mm TL 매크로 렌즈로 찍은 결과를 보니 Leica M10으로 찍은 결과와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단순히 매크로를 흉내 내는 수준이 아니라, 진정한 매크로 렌즈였다.


약 일주일 정도 테스트를 해 보고 마음을 굳혔다. 그래, 이 렌즈만 추가하면 이제 상업촬영이든 취미사진이든 장비 구성이 끝난 거다.(물론 나중에 이 생각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지만.. 계속되는 지름신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한다.)


정말 지난 일 년간 무섭게 장비를 추가해서 그런지 라이카 매장에서 나를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장비를 추가하다가 부부 싸움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 괜찮냐고 묻기도 했다.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다행히 아내는 슬슬 상업사진을 시작한 나에게 힘을 보태 주었다.


그 길로 APO MACRO 60mm TL 렌즈를 구매했다.


이제 내 가방은 Leica M10, Leica CL + 60mm TL 렌즈 구성이 되었다. 혹은 Leica CL + 60mm TL 렌즈와 Leica M7 필름 카메라 구성이다. 평소 취미도 그렇고 상업사진을 찍을 때도 거의 이 구성이 되었다. 너무 신났다. 이제 못 찍을 사진이 없었다.


그 뒤로 몇 달 뒤 Leica Q를 처분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Leica Q를 구매했던 이유가 첫 번째: 라이카 M10 이 혹시라도 고장 날 때 backup 하기 위한 목적, 두 번째: 라이카 M10 이 근접 촬영(접사, 매크로)이 안되기에 사용했었는데, 이 두 가지 목적 모두 이제 CL이 담당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Q도 무척 좋은 카메라이고, 계속 소장하고 싶었기도 하지만, 계속 제습함에서 잠을 자는 녀석을 보니 정리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Q 를 판매하기 위해 포장하며 어찌나 서운하던지. 더 사용하지 않을거라는 걸 알면서도 계속 소장하고 싶었다.





상업사진을 시작하면서 인물 사진 연습을 제대로 시작했다. 이제 그냥 예쁘게 찍는 사진이 아니라, 원하는 느낌을 담은 사진을 찍어야 했다. 그래야 어떤 컨셉사진 의뢰를 받더라도 자신 있게 촬영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한 달에 최소 두 번 이상 일반인 모델과 함께 개인작업을 시작했다. 보통 일반인 모델을 섭외하는 방법은 인스타그램 등에서 모델을 한다는 분에게 DM을 보내서, 상호 무보수 (서로 비용을 내지 않고 모델은 사진을 얻고, 사진가는 모델을 확보하는 방법)로 찍는다. 하지만, 이렇게 작업하면 원하는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종종 모델도 본인이 희망하는 사진을 얻기 위해 특정 컨셉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용을 내더라도 제대로 된 모델을 구하기로 했다. 다행히 내 블로그에 공고를 올려서 일반인 모델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그중 대학생 한 명과 매달 한두 번 만나 컨셉 사진을 찍으며 인물사진 연습을 시작했다.


연습은 Leica M10으로 디지털 촬영을 하고, 반드시 Leica M7으로 필름 촬영을 이어서 했다. 사실 아들이 아기 때부터 가족사진을 매일 찍었기에 인물사진에는 자신이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인물사진 만만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 촬영하니 1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금방 지나간다. 포즈 요청도 어렵고, 요청하고 나서 어떤 구도로 촬영해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고 싶어서 사전에 다양한 포즈를 고민하고 촬영에 나섰지만 막상 모델을 보면 머리가 하얗게 바뀐다. 그리고 그저 그런 사진을 찍게 된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불만족스러운 사진만 나왔다. 그동안 장비는 엄청 구매했는데, 막상 사진 실력은 라이카 전/후가 바뀐 뒤로 거의 제자리걸음이었던 것이다. 부끄러웠다. 장비 = 실력이 아니란 걸 잘 알면서 그간 또 착각하면 살았던 것이다.


그 뒤로 10개월 가량 정말 장비 추가 없이 열심히 일반인 모델과 함께 인물사진 촬영 연습을 했다. 매주 1회 이상 연습할 정도로 맹렬히 시간/비용을 투자했다. 





이하 10개월 뒤 갑자기 찾아온 지름신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이어서.. 과연 이번엔 어떤 지름신이 또 찾아왔을까?


라이카 CL 전용 매크로 렌즈 


작가의 이전글 내가 인플루언서가 된 뒤 만난 진상 1~3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