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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Mar 19. 2022

라이카 모노크롬 typ246 흑백사진만 찍힌다고?

정말 10개월 정도 새로운 장비 추가 없이 열심히 사진에 집중했다. 이제 라이카 시스템에 꽤 익숙해졌다. 과거 라이카를 구매하며 기존에 사용하던 카메라를 모두 처분하고 후지 x-pro2 하나만 남겨 두었었는데, 가끔 이 녀석을 꺼내서 사진을 찍으면 이질감이 느껴졌다. 그만큼 라이카 시스템이 몸에 익은 모양이다.


Leica M7으로 필름 사진도 맹렬하게 찍었다. 필름 가격, 현상 요금을 더하면 상당한 비용이 부담되었지만 일단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필름 사진이 완전히 자연스럽게 느껴질 때까지 또 원하는 느낌을 편하게 낼 수 있을 때까지 맹렬하게 찍어 보기로 했다. 말 그대로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찍어야 할 필름을 마구 찍었다. 


필름 사진을 하다 보면 처음에는 컬러사진에 집중하다가 어느덧 흑백 필름 사진의 매력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 뭐랄까? 선명한 흑백의 느낌에 거친 필름 그레인 느낌이 멋지다고 느껴지면 계속 흑백 필름 사진을 찍고 싶어 진다. 그런데 일반 컬러 네거티브 사진보다 흑백은 현상 비용이 더욱 비싸다. 생각 없이 즐기기로 했지만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그러던 차에 라이카 매장에서 우연히 본 사진집이 있었다. 유명한 Photographer 인 Salgado 씨의 "Genesis"라는 책인데, 정말 웅장한 자연의 모습을 모두 흑백사진으로 표현한 사진집이다. Salgado 씨는 라이카 카메라를 사용하는 Photographer로 유명한 사람인데, 그의 흑백 사진 작업이 라이카 모노크롬으로 찍은 결과라는 이야기를 듣고 급 라이카 모노크롬 카메라가 궁금해진 것이다.


디지털카메라인데, 컬러 정보가 전혀 없이 흑백사진만 찍을 수 있다고?


사실 믿기 어려웠다. 디지털카메라라면 RAW 파일에 컬러 정보가 모두 포함되기 마련이고, 이를 후보정으로 흑백 변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RAW 파일 자체에 컬러 없이 흑백만 있다니... 기술적인 설명을 들으니, 컬러를 만드는데 필요한 필터를 흑백의 계조(흑과 백 사이의 단계) 표현을 하는 데 사용했기에 좀 더 부드러운 흑백의 느낌을 표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표현을 듣고, Salgado 씨의 작품을 보니, 꼭 라이카 모노크롬을 구매해야 할 것 같았다. 나도 라이카 모노크롬만 가지면 멋진 흑백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뒤로 한 달간 인터넷으로 모노크롬으로 찍은 결과를 구경하며 상사병에 걸렸다. 마치 라이카 M10을 구매하기 이전 시절 라이카에 대해서 꿈꾸던 것처럼 말이다.


Leica M typ246 제품이 매장에 들어왔는데, 한번 사용해 보실래요?


내 마음을 읽은 라이카 매장 직원이 모노크롬 카메라가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나에게 연락을 주었다. 워낙 물량도 적고 사용자도 적은 카메라라 구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고마운 마음, 빨리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루 정도 사진을 찍어본 뒤, 바로 구매 결정을 했다. (사실 빌려서 테스트해볼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모노크롬으로 흑백 필름을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기대했다. (물론, 이 기대는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이 이야기는 또 뒤에 이어서 할 예정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 19일 아침 7시 30분. 비가 눈으로 바뀌어 내린다. 3월에 펑펑 내리는 눈이라니. 글을 쓰다가 모노크롬 카메라를 들고 창을 활짝 열고 사진을 찍어 보았다.


캬~ 이 맛에 모노크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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