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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Mar 28. 2022

결국 라이카 MP

라이카 M7 으로는 부족해!

라이카 M7 으로 필름 사진 생활을 시작한 뒤 정말 필름에 미친 사람처럼 필름 사진을 찍었다. 일 년간 필름값, 현상/스캔한 비용을 더해보니 정말 좋은 라이카 M 렌즈 하나 이상 구매할 정도의 비용이 되었다. 갑자기 심각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꼭 필름으로 작업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한번 구매하면 10년 이상 거뜬히 사용하는 디지털 제품이 있는데, 돈 먹는 하마 같은 필름 사진을 계속 찍어야 할까?


이런 고민의 결과 안타깝게도(?) 필름에 투자한 비용을 계산하지 말고 그냥 즐기자는 엉뚱한 결론을 냈다. 상업사진을 시작하면서 일부 필름을 미디어로 선택하는 의뢰인에게 비용을 부과하긴 했지만, 실제 개인적으로 좋아 찍은 비용이 더욱 크기에 비용을 정당화할 방법은 없었다. 그냥 좋으니 일단 적어도 몇 년이라도 즐기기로 했다. (몇 년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한동안 라이카 M7 으로 필름 사진을 즐기다 보니, 이제 필름 사진을 찍는 것이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사실 필름 사진을 본격 찍기 전에는 노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무척 컸다!) 막상 경험해 보니 노출 오버로 찍기만 하면 3 stop 이상 노출 오버가 되더라도 무척 자연스러운 사진이 만들어지니 오히려 디지털 사진보다 쉽게 느껴졌다.


그런데, M7으로 필름 사진을 찍으면 묘~하게 아쉬운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내장 노출계 정확하고 A 모드가 지원되는 이런 좋은 카메라를 갖고 뭐가 그리 아쉬울까?


참고로 필름 사진의 경우 정상 노출보다 +1 혹은 +1/2 정도라도 노출을 오버로 찍어주면 딱 내가 좋아하는 느낌이 나온다. 그런데 이렇게 수동으로 조작해서 찍을 거라면 정상 노출을 자동으로 맞추어 주는 A 모드가 지원되는 M7 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찍을 때마다 배터리를 소모하는 카메라 말고 극한의 환경에서도 배터리 없이 동작하는 기계식 필름 카메라가 갖고 싶어졌다.


나도 완전 기계식 수동 필름 카메라 갖고 싶다.


이런 엉뚱한 생각과 함께 라이카 MP에 대한 소유욕이 스멀스멀 생기기 시작했다. 마침 라이카 MP는 신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하니 더욱 소유욕이 불타올랐다. 모두 단종되어 중고 제품밖에 없을 줄 알았던 필름 카메라 세계에서 신제품 구매가 가능하다니..  M7 을 제외하면 모두 라이카 제품은 신제품만 구매했던 터라, 더욱 욕심이 났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이류로 결국 Leica MP 지름신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4달을 기다린 뒤, 생산날짜가 며칠 전으로 찍힌 Leica MP 신품 박스를 받았다. 소위 블페(블랙 페인트)라고 불리는 라이카 MP는 영롱하기까지 했다. 상판에 각인된 Leica 글씨는 또 왜 이리 예뻐 보이는지.. 이미 Leica M10 외 다수의 라이카를 갖고 있었지만, MP는 또 달라 보였다. 라이카 병이다.





라이카 MP를 구매한 뒤로 필름 사진을 더욱 자주 찍게 되었다. M7에는 흑백 필름을 넣고, MP에는 컬러필름을 넣고 과감하게(?) 디지털카메라를 두고 필카 두대만 들고 집을 나서는 날도 많았다. 서로 다른 렌즈를 마운트하고 찍기도 하고, 렌즈는 하나만 들고 집을 나서서 서로 다른 필름이 들어있는 M7, MP에 렌즈만 번갈아 마운트 하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마디로 꿀맛이다!


완전 기계식 수동 필름 카메라는 찰나의 순간을 담기 어려울 것 같았지만, 사람은 적응형 동물이다. 약 한 달 정도 MP로 사진을 찍으니 나름 빨리 노출을 설정하는 요령도 생겼다! 필름 사진을 찍으며 생긴 버릇인데 최대 개방보다는 가능한 조리개를 조여서 찍는 연습을 하다 보니 셔터를 실내/실외(밝은 날과 조금 흐린 날을 구분해서)에 맞게 구분해서 고정해 두고 조리개만 빛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조여서 찍었다. 이렇게 하면 정말 빨리 노출을 맞출 수 있다.


몇 개월이 흘렀다. 처음에는 두 개의 M바디를 들고 필름 사진을 즐기는 날도 많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슬슬 M7의 매력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결국, M7은 제습함에 잠자는 시간이 늘고 MP를 주력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이것이 다른 지름신을 불러오는 징조였다. 지름신 영접 건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소개해 예정이다!


악~~~~! 라이카 지름신 끝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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