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Leica) 인연
나에게 라이카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라이카를 사용하기 전과 후의 인생이 바뀐 면에서 내 인생을 바꾼 도구이다. 두 번째는 나의 사진 선생님이다. 라이카 M10 을 구매한 뒤, 나의 사진이 크게 바뀌었다. 늘 전날 찍은 사진보다 더 잘 찍으려고 노력했지만, 라이카라는 선생님을 만난 직후부터는 전날과 다음날의 사진이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그 이전도 수년간 사진 생활을 즐겼지만, 마치 다시 사진기를 처음 만진 사람처럼 그간의 경험이 Reset 되어 그날부터 다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라이카는 다양한 사람과의 인연을 만들어준 훌륭한 매개체이다. 아마 다들 사회에 나와서 새로운 친구를 만든 경험이 거의 없을 것이다. 난 원래도 친구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던 사람이라 친구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라이카 덕분에 얼마나 많은 인연을 만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라이카 카메라 이전에도 사진은 즐겼는데, 신기하게 카메라가 바뀐 뒤 정말 신기한 인연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진의 주인공은 블로그 닉네임으로 '에잇'님이다.
https://blog.naver.com/jojenny
에잇님과는 수년간 블로그로 댓글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주 서울숲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사진 및 카메라 수다에도 시간이 훌쩍 흘러가지만,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나누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에잇님의 남편과 함께 부부를 집에 초대하고 말았다!
사실 이렇게 가족끼리 인연으로 이어진 경우가 처음이 아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오스트리아, 독일, 필리핀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도 이런 인연을 만들었고 그들 중 상당수는 시간이 흘러도 꾸준히 안부를 묻고 가끔 얼굴도 보는 사이가 되었다.
마치 동화 속 공간처럼 아름답던 서울숲에서 에잇님에게 내 라이카 M10을 빌려주었다. 그리고 같이 산책하며 나는 Leica MP로 필름 사진을 찍고 에잇님은 내 Leica M10으로 계속 사진을 찍었다. 셔터 음이 날 때마다 즐거워하던 미소를 아직 잊을 수 없다. 나에게는 무척 소중한 카메라지만, 같이 그 소중함을 아는 사람에게 카메라를 빌려주니 행복이 배가 되었다.
이제 몇 주 뒤면 에잇님 부부와 함께 주말을 보낼 예정이다. 함께 사진도 찍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면서 또 이렇게 라이카가 매개가 되어 만난 인연이 하나 늘었다. 이름하여 라이카 인연. 좋아하는 사진/카메라 덕분에 인생이 풍요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