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기만 빼고 다 힙해!
나는 새로운 곳, 디자인 예쁜 곳,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곳 등에 대한 관심이 많다. 내가 모르던 문물을 접해야 그만큼 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진 욕심 때문에 사람이 심하게 많은 곳이 아니라면 거의 한 번씩은 방문해 보는 편이다. 서울 경기에 유명하다는 곳은 상당히 많이 가 보았지만, 지난 주말 출장으로 다녀온 대구와 부산에 비하면 새발의 피인 것 같다. 조금 과장하면 서울 경기만 빼면 모두 힙한 느낌이다.
2개의 서로 다른 미팅이 있던 곳에서 도보 이동이 가능한 곳에 숙소를 잡았다. 인터넷으로 보면 모텔 수준인데, 가격은 4성급 호텔 가격이다. 억울하지만, 잘 모르는 곳에서 차로 이동하느니 도보 이동이 가능한 곳을 선택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곳이 요즘 대구에서 가장 핫한 동네라고 한다. 개성 가득한 카페/상점이 가득하다. 심지어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도 모두 스타일시 하다. 한남동 등을 걷다 보면 본인과 어울리지도 않는 명품으로 무장을 한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만, 이곳은 그냥 다 수수하지만 멋이 있다.
우연히 산책하다가 찾은 카페에 들어갔다. "무명일기" 이름부터 상상력을 자극한다.
커다란 창고 건물에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하다. 심지어 주문하는 곳은 마치 캠핑장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인생 음료를 만났다. 뱅쇼.. 이름만 들어보았던 음료를 한 모금 하자마자, 행복이 밀려들었다.
부산항 바로 옆 공간은 창고와 힙한 카페가 있다. 음... 출장 여행 등으로 부산을 그렇게 방문해 보았지만, 이런 외진 곳에 이렇게 멋진 카페가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렇게 멋진 뷰가 있는 호텔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러고 보니, 부산 = 해운대 인근만 여행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아니면 코로나와 함께 갇혀 있던 3년간 많이 변한 건지도 모르겠다.
집 근처에 아니 욕심을 더 버리고, 인천이라도 이런 공간이 있다면 주말을 이용해 방문할 텐데. 마치 무릉도원 같은 이 공간에서 시간의 흐름을 잊었다.
거대한 배들이 정박해 있던 힙한 동네 영도의 바닷물은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옥빛 바닷물에 가득한 조그만 물고기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근심 걱정이 다 사라지는 느낌이다.
우연히 들어간 달맞이 고개에서 전통찻집을 만났다. 마침 이것저것 맛있는 음식을 너무 먹어 배가 조금 불편해졌던 나에게 따스한 전통차 한 잔과 멋진 풍경은 무엇보다 좋은 위로가 되었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했던 카페에서 휴식은 꿀맛 같았다. "당신이 좋은 건 내겐 그냥 어쩔 수 없는 일 - 이병률 산문집" 벽에 있는 이런 문구처럼 이번 여행이 좋은 건 내겐 그냥 어쩔 수 없는 일 같았다. 3년간 여행을 떠나지 못했던 걸 모두 보상이라도 하듯. 계획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들어가면 인생 음료, 인생 카페, 인생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 펼쳐진다. 공간, 거리, 사람들 모두 힙한 곳들. 제목 그대로 서울 경기만 빼면 모두 힙한 곳일까?
어릴 적 향수를 자극했던 이번 여행은 뜻하지 않은 일로 가득했다. 그만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