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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Aug 17. 2022

오래간만에 Portra 400 필름사진

포트라 400 필름 feat. Leica MP

제 필름을 아껴서 찍는 것도 있지만, 계속 비가 오고 바쁘다는 핑계로 디지털로만 사진을 찍었다. 7월부터 지금까지 단 2롤밖에 찍지 못했다니 이건 내가 필름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Kodak Portra 400 필름은 충분히 구매해 두었지만 잘 손이 가지 않는다. 아끼고 싶은 마음과 아끼다 유통기한 지나면 똥 된다는 마음이 계속 충동하는 중이다.

코닥 포트라 400, Leica MP 50mm APO Cron

가끔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7시에 샌드위치를 사러 간다. 주말에 피곤해서 늦잠을 자고 싶어도 시간이 너무 아깝다. 막상 일어나서 맛난 빵이라도 사 오면 기분이 참 좋다.


코닥 포트라 400 필름

폭우가 내리기 전 8시 한강 반포 공원에 도착한 직후 찍은 사진이다. 역시 주말 아침 종종 7시부터 하루를 시작해서 한강에 가곤 한다. 한강에 가면 상당히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이른 시간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운동하고 있다. 참 부지런한 사람들 많다. 

코닥 포트라 400 필름

폭염, 열대야도 있지만, 며칠이라도 저녁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면 이렇게 일부 잎이 단풍잎으로 변한다. 예쁘게 물든 단풍을 보며 눈을 감도 가을 공기를 마셔본다. 뜨거운 공기가 폐 가득 차면 다시 현실로 돌아오지만 찰나의 순간이라도 가을이 느껴진다.


비가 엄청나게 내리던 주말. 비가 그치면 산책이라도 해 볼까 했지만 비가 내려도 기분 전환이라도 해 보고 싶었다. 마치 스팀 사우나를 하는 것처럼 안경에 습기가 가득 찬다. 


코닥 포트라 400 필름

운동이 끝나면 늘 사진을 한 장 찍는다. 건강하기 위해 하는 운동에서 이제 살기 위해 하는 운동으로 바뀌었다. 힘들어도 귀찮아도 시간이 없어도 거를 수 없다. 한주라도 건너뛰면 에너지가 훅 사라진다. 


한 달에 한 번 미용실에서 만나는 친구. 아기 때부터 내 가족을 봐서 그런지 무척 반갑게 따른다. 녀석 털이 많아 더운데 고생이다.



엄청나게 무덥고 습한 날씨에 꽃들이 있는 냉장 공간 외부 유리가 눈물(?)을 흘린다. 이 장면이 묘~하게 비를 맞은 꽃처럼 예쁘다. 




필름 사진을 보며 지난 7월부터 단편적인 추억을 다시 경험하는 기분을 느꼈다. 이제 이 필름들 원본을 받고 스캔하면 또 이런 기분을 느낄 것이다. 필름 사진은 찍을 때도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되고, 현상하고 결과를 받을 때까지 기다림, 자가 스캔할 때 묘~한 기분 등 이런 모든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 디지털 사진도 좋지만 한번 툭 찍고 끝인데 반해 필름은 몇 번이고 추억을 다시 경험하는 느낌이다. 가격이 올라도 좋아하는 필름을 원 없이 찍으면 좋겠구만... Kodak Portra 400 필름은 벌써 6개월 이상 재고 없음이다. 이 정도면 코닥 공장은 그냥 일 안 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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