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라 400 필름 feat. Leica MP
이제 필름을 아껴서 찍는 것도 있지만, 계속 비가 오고 바쁘다는 핑계로 디지털로만 사진을 찍었다. 7월부터 지금까지 단 2롤밖에 찍지 못했다니 이건 내가 필름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Kodak Portra 400 필름은 충분히 구매해 두었지만 잘 손이 가지 않는다. 아끼고 싶은 마음과 아끼다 유통기한 지나면 똥 된다는 마음이 계속 충동하는 중이다.
가끔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7시에 샌드위치를 사러 간다. 주말에 피곤해서 늦잠을 자고 싶어도 시간이 너무 아깝다. 막상 일어나서 맛난 빵이라도 사 오면 기분이 참 좋다.
폭우가 내리기 전 8시 한강 반포 공원에 도착한 직후 찍은 사진이다. 역시 주말 아침 종종 7시부터 하루를 시작해서 한강에 가곤 한다. 한강에 가면 상당히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이른 시간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운동하고 있다. 참 부지런한 사람들 많다.
폭염, 열대야도 있지만, 며칠이라도 저녁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면 이렇게 일부 잎이 단풍잎으로 변한다. 예쁘게 물든 단풍을 보며 눈을 감도 가을 공기를 마셔본다. 뜨거운 공기가 폐 가득 차면 다시 현실로 돌아오지만 찰나의 순간이라도 가을이 느껴진다.
비가 엄청나게 내리던 주말. 비가 그치면 산책이라도 해 볼까 했지만 비가 내려도 기분 전환이라도 해 보고 싶었다. 마치 스팀 사우나를 하는 것처럼 안경에 습기가 가득 찬다.
운동이 끝나면 늘 사진을 한 장 찍는다. 건강하기 위해 하는 운동에서 이제 살기 위해 하는 운동으로 바뀌었다. 힘들어도 귀찮아도 시간이 없어도 거를 수 없다. 한주라도 건너뛰면 에너지가 훅 사라진다.
한 달에 한 번 미용실에서 만나는 친구. 아기 때부터 내 가족을 봐서 그런지 무척 반갑게 따른다. 녀석 털이 많아 더운데 고생이다.
엄청나게 무덥고 습한 날씨에 꽃들이 있는 냉장 공간 외부 유리가 눈물(?)을 흘린다. 이 장면이 묘~하게 비를 맞은 꽃처럼 예쁘다.
필름 사진을 보며 지난 7월부터 단편적인 추억을 다시 경험하는 기분을 느꼈다. 이제 이 필름들 원본을 받고 스캔하면 또 이런 기분을 느낄 것이다. 필름 사진은 찍을 때도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되고, 현상하고 결과를 받을 때까지 기다림, 자가 스캔할 때 묘~한 기분 등 이런 모든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 디지털 사진도 좋지만 한번 툭 찍고 끝인데 반해 필름은 몇 번이고 추억을 다시 경험하는 느낌이다. 가격이 올라도 좋아하는 필름을 원 없이 찍으면 좋겠구만... Kodak Portra 400 필름은 벌써 6개월 이상 재고 없음이다. 이 정도면 코닥 공장은 그냥 일 안 하는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