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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Jun 03. 2019

관광이 아니라, 여행이란?

라이카 M 사진 에세이 

관광과 여행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문득 카페에서 차를 한 잔 하며 일을 하다 얼마 전 다녀온 제주 여행이 떠올랐다. 누군가의 정의가 아니라, 내 나름대로 두 단어의 정의를 내려보았다. "관광은 보는 것이고, 여행은 체험하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이 그렇겠지만, 나는 제주를 무척 좋아한다. 제주를 방문하면 무언가 셀렘이 있다. 지금보다 제주를 방문하기 쉬울 때(적어도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을 무렵) 수십 번도 넘게 제주를 방문했다. 그런데 갈 때마다 주로 유명한 곳 위주로 방문했었던 것 같다. 유명한 곳에 가면 방문객으로 현지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나의 정의에 의하면 이는 관광이다. 물론 관광도 무척 즐겁다. 평소에 보지 못하던 풍광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카 M 모노크롬 

하지만, 이번 여행만큼은 관광이 아니라, 살아 보고 싶었다. 즉 제주를 온몸으로 체험해 보는 진정한 "여행"을 하고 싶었다. 


라이카 M10, Summilux-M 1:1.4/50 asph | 차 한잔 하면서 지난 여행에 대한 상념에 빠졌다. 

관광이 아니라 여행을 하려면 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능하면 이동하는 동선을 일상을 살 듯 범위를 좁히는 것이 좋다. 그래야 방문한 곳을 또 방문하고 걷고 보고 또 걷고 보고 그러다 보면 관광객으로 보이지 않던 여행지의 참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 여행은, 지인 덕분에, 현지 집까지 생겼다. 호텔을 피해 일반 거주 지역의 집에 있으니, 더욱 현지의 모습이 잘 보이기 시작했다. 

라이카 MP, Summilux-M 1:1.4/35 FLE | Kodak Portra 400 film 

화려한 호텔 조식 대신, 동네 빵집에서 구매한 디저트, 음료 그리고 편의점에서 구매한 삼각김밥을 아침으로 먹었다. 그냥 평범한 동네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여느 날처럼 아침에 일어나 활동하니 무언가 기존에 내가 알던 여행(기존엔 관광이었겠지만) 과 무척 다른 느낌이 들었다. 


라이카 MP, Summilux-M 1:1.4/35 FLE | Kodak Portra 400 film

아침에 집을 나서서 렌트카 대신 동네 버스를 타고 20여분 남짓 거리를 오고 가며 힘들면 인근 카페에서 쉬고, 또 배고프면 간식을 먹고 저녁이 되면 다시 집에 들어온다. 그럴 때마다 마주치는 카페가 있다. 할머니 그림이 있는 멋진 카페를 4일 동안 오고 가며 보니 정이 든다. 관광지가 아니어서 그런지 늘 카페는 여유가 흐른다. 카페 주인같이 보이는 사람과 눈으로 인사를 나눈다. 3일째는 나를 새로 이사온 동네 사람으로 알았을까? 문득 카페 주인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라이카 MP, 라이카 모노크롬 | Kodak Ektar 100, Fujifilm Pro400H 필름

해안선을 따라 동네를 걷다가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고 제주 바람을 온몸으로 즐긴다. 가족과 함께 진정 제주를 여행하고 있다는 실감이 든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풍광을 누가 묻는다면? 멋진 관광지의 폭포나 사람들로 가득한 멋진 카페가 아니라, 내가 머물렀던 동네에서 본 한치잡이 어선이라 대답할 것이다. 도시와 달리 또 호텔이 있는 곳과 달리 어둠이 내린 동네에서 바라본 바다는 우주를 닮았다. 달이 뜨지 않았던 밤이라 더욱 그러했던 것 같다. 여기저기 한치잡이 어선의 엔진 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생선을 유인하려는 어선의 등불만이 보이던 깜깜한 밤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라이카 M 

주말 아침, 내가 살던 곳인 것처럼 성당에 다녀왔다. 더 이상 제주가 관광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라이카 MP, Summilux-M 1:1.4/35 FLE | Kodak Portra 160 film

무심하게 핀 돌담 아래 꽃을 바라보았다. 수십 차례 이상 방문한 제주이지만 처음으로 여행다운 여행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참 좋다. 더 이상 관광이 아닌 여행을 생각하며 배시시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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