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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May 15. 2018

'라이카 CL'로 라이카 M 의 기분을...

사진을 찍을 때 가장 행복한 당신에게 

나는 사진을 찍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담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래서 내 사진의 피사체로 가족이 제일 많다. 어릴 때는 혼자 재미있는 일을 하며 여행도 다니고 아기 없이 즐기는 삶을 희망했다. 그런데, 행복은 나눌 사람이 없으면 그 즐거움이 크게 반감된다. 자연스레 가족이 생긴 뒤로 나의 행복도 더욱 크게 증가했다. 나는 이런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욕심에서 사진을 시작했다. 


누구나 그렇듯, 아빠 사진사로 시작된 사진이 여러 가지 계기를 통해 "일"이 되었다. 취미로 사진을 찍을 때와 "일" 이 되어 사진을 찍을 때는 마음이 크게 달라진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예쁜 사진을 찍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내 Client 가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사진을 찍으면서 다른 Photographer 에게는 없는 개성이 나에게 있어야 한다는 목표가 생기기 때문이다. 



Leica M7 Kodak Portra 400 film 으로 담은 Leica M10 

그렇다. 나는 남들이 상업사진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말리는 라이카 M 을 나의 주력 기종으로 선택했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긴장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Client 의 사진을 찍을 때, 초점을 맞추느라 시간이 늘어지면 내가 원하는 순간을 담을 수 없을뿐더러, Client 의 사진이 인물인 경우 주의가 흐트러지기 때문에 늘 신경 쓰였다. 또한, 후면의 LCD로 정확히 초점이 맞았는지 일일이 찍을 때마다 확인하고 확대해 보면 촬영 시간이 늘어지기 때문에, 긴장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오랜 연습을 통해 Leica M 에 적응이 된 뒤로는 오히려 라이카 M 을 신뢰하고 후면 LCD를 보지 않고 찍기 시작했다. 초점 링도 어느 방향으로 어느 정도 돌리면 어떤 거리의 피사체에 초점이 맞는다는 대략적인 느낌을 몸으로 익히게 되었다. 이제 AF보다 빨리 찍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특히 어두운 상황이나, AF 렌즈가 가장 헤매는 경계면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수동 초점으로 빠르게 맞출 수 있었다. 


이제 정말 행복한 순간을 담을 준비가 되었다.


처음에는 사진이 주가 아니라, 마케팅 자문이 주가 되어 나를 만나는 고객들이 점점 사진 때문에, 이탈하지 않거나 신규 기회가 주어지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사진이 주가 되고 마케팅이 부가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 모든 변화가 공교롭게도 Leica M 을 사용하면서 생긴 변화이다. 오히려 기존에 더욱 편리한 기기로 AF 렌즈를 이용해 사진을 찍을 때보다 사진에 대해서 자신감이 생겼고, 내가 머릿속에 그린 결과를 찍을 자신이 생기며 나의 사진 인생에 큰 전환점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제 정말 사진 찍는 순간이 행복하다. 





Leica M10과 함께 보조로 활용하던 Leica Q 그리고 필름 사진을 위한 Leica M7 으로 부족함이 없던 나에게 마음의 동요를 부른 사건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어제 '라이카 CL'을 추가하게 되었다. 


Leica CL 과 Leica Q

내가 라이카 CL 을 추가한 건 순전히 Leica M 렌즈를 활용하고 싶어서였다. 지난 3월 우연히 지인에게 라이카 CL 을 일주일간 빌릴 기회가 있었다.  https://blog.naver.com/akinterv/221230301624 (포스팅 참조) 그런데 큰 기대 없이 사용했던 Leica CL 이 깜짝 놀랄만한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M Lens로 찍은 Leica CL의 결과물은 Leica M10으로 찍은 결과물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훌륭했다. 사실 가격만 해도 3배 이상 차이가 있는 Leica M10 이 월등히 우월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약간의 충격도 있었다. 


이때부터 가벼운 Leica CL 을 Leica M10과 함께 넣고 다니면 Crop 센서 때문에, 35mm -> 50mm 대의 화각 그리고, 50mm 는 70mm 대의 화각이 나올 것이라 내심 큰 쓸모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사건을 겪은 뒤 어제 라이카 CL 을 구매했고, 하루 종일 사진을 찍은 결과 기대 이상 행복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보면, 가격 장벽 때문에 Leica M 에 진입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Leica CL + 저렴한 M 렌즈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 해외에서 Mini Leica M 혹은 Little Leica M 이라는 별명이 있는 Leica CL은 그 소문이 과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Leica CL, Summilux-M 1:1.4/35 fle 

라이카 CL 의 Native 렌즈인 TL 렌즈를 이용해도 좋은 화질을 경험할 수 있겠지만, 라이카 M 렌즈를 활용하면 라이카 CL 은 라이카 M10 의 결과를 넘볼 만큼 훌륭한 사진을 만들어낸다. 


Leica CL, Summilux-M 1:1.4/35 fle

특히 Leica Q 보다 시원한 라이카 CL EVF 파인더의 시야율 덕분에 수동으로 초점을 맞추기 매우 편리하다. 이미 Leica M의 이중상 합치 방식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EVF가 조금 어색하기는 하지만, 후지 X-Pro2를 이용하던 시절 오랫동안 EVF로 수동 초점을 맞추어 보았던 경험이 있어 CL의 EVF에 적응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Leica CL, Summilux-M 1:1.4/35 fle | JPG 경조흑백 모드 

입문용 라이카에만 있는 "경조흑백" 모드가 JPG 설정에 포함되어 있다. 사실 경조흑백은 high contrast (대조/대비가 강한 사진)로 후보정해서도 충분히 묘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카메라로 경조흑백을 따라하기 어려운 이유는 라이카 M 렌즈에서 오는 특유의 맑은 느낌, 그리고 샤프한 화질과 High contrast 흑백 설정이 만나면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지 경조 흑백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닌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조흑백 마니아 층이 꽤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라이카를 입문하는 사용자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 것 같다. 



Leica CL, Summilux-M 1:1.4/35 fle


맑고 깨끗한 느낌의 라이카 M 의 개성을 그대로 간직한 라이카 CL 덕분에 행복한 사진 생활이 더욱 행복하게 되었다. 장비가 행복을 만들어 주지는 않지만, 장비를 이용해서 행복한 순간을 더욱 많이 만들 수 있다면 지름신을 정당화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라이카 CL 의 장점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을 참조

https://blog.naver.com/akinterv/22127624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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