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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Jul 13. 2019

홍차 한잔 하실래요?

주말 아침의 여유 

 주말 아침이 되면 늘 기분이 좋다. 이번 주말은 또 어떤 모험을 즐겨볼까! 혹은 가장 게으른 주말이 되어볼까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하지만, 게으른 주말은 몸이 아프지 않으면 좀처럼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보니기에는 너무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유 있는 주말!

 게으른 것과 여유 있는 건 매우 다르다. 게으른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지만,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아침 이른 시간부터 일어나 외출을 할 준비를 해야 한다. 조금 지체하면 주말 교통정체를 경험하게 되는데, 막히는 차 안에서 아침을 보내기에는 역시 황금 같은 주말 시간이 너무 아깝다.


Leica M typ 246, Summilux-M 1:1.4/50 asph 

나에게 있어 여유 있는 시간은 카페에서 차 한잔 하며, 사진을 찍거나, 찍은 사진을 리뷰하는 시간이다. 이런 여유를 즐기기 위해 내가 즐겨 찾는 카페는 테라로사. 오늘도 이른 시간 테라로사에 도착해 좋아하는 자리를 선택했다. (이른 시간에 카페에 가면 자리를 골라서 앉을 수 있다!)


좋아하는 홍차 (얼그레이)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Leica M10과 Leica M typ246(모노크롬) 카메라에 50mm Lux 렌즈를 번갈아가며 마운트 해서 사진을 찍어본다.


Leica M10, Summilux-M 1:1.4/50 asph

여유 있는 주말이라 했지만, 실은 무척 바쁘다. 먼저 자리에 앉아서 음료가 나오기 전에 50 Lux 렌즈 하나를 이쪽저쪽 바디에 번갈아가며 마운트 해서 서로 다른 카메라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음료가 준비되면, 음료를 컬러와 흑백(모노크롬 바디로) 사진으로 찍고, 음료와 함께 카메라 사진을 또 찍어준다. 사실 이렇게 찍다 보면 음료가 가장 맛있는 시간이 지나가서 늘 덜 맛있는(?) 음료를 마시게 된다. 하지만, 사진에 반쯤 정신이 팔린 나는 이런 희생(?)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Leica M10, Summilux-M 1:1.4/50 asph

두 개의 카메라 사진을 찍고, 음료와 함께 또 사진을 찍고 나서 홍차를 한 잔 음미한다. 입안에 청량한 느낌이 감돈다. 물론, 홍차가 청량한 음료는 절대 아니지만, 입이 바짝 마를 정도로 바쁘게 사진을 찍다 보면 한 모금이 그렇게 청량하게 느껴질 수 없다.


홍차를 한 잔 하고 나면 다시 가방이 눈에 들어온다. 카메라와 함께 음료 사진만 찍어 주었더니 가방이 외롭게 생각하는 것 같다. 다시 카메라를 들고 가방을 찍는다. 이쯤 되면 병이다.


Leica M typ 246, Summilux-M 1:1.4/50 asph




Leica M typ 246, Summilux-M 1:1.4/50 asph




Leica M10, Summilux-M 1:1.4/50 asph

맛난 외식까지 하고 집에 돌아오면 바로 그날 찍은 사진을 편집한다. 많이 찍지 않으려 해도 보통 100여 장 남짓 사진을 찍게 되고, 이 중 버리는 사진이 있다 해도 절반 이상 (B 컷까지 살리는 편이다) 사진을 보정하고 나면 제법 시간이 흘러간다. 


그러고 나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하루가 정말 빨리 흘러간다. 어느덧 정신을 차리면 늦은 오후. "여유 있는 주말" 컨셉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짐짓 눈을 감고 여유 있던 하루였다고 상상한다. 야속하게 빨리 흘러가는 시간을 무시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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