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lan Kim Jul 14. 2019

산티아고 순례자가 뭐길래, 머릿속을 계속 맴돌까?

“불멸의 산책” 산티아고 순례 책을 읽으며..

내 블로그를 Follow 하는 사람이라면 종종 파울로 코엘료 작가의 소설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대략 20여 년 전 그의 책을 처음 만난 뒤, 나는 파울로 코엘료 작가의 팬이 되었다. 그의 신작이 나오면 리뷰도, 책의 소개도 보지 않고 모두 사서 볼 만큼 좋아한다. 그런데, 그의 책을 보며 머릿속을 맴도는 단어가 있다. 바로 “순례자, Pilgrimage”라는 단어이다. 또 한 단어는 “산티아고”이다. 도대체 산티아고 순례가 뭐길래 머릿속을 계속 맴도는 것일까?


파울로 코엘료 책을 보면 자연스레 산티아고 순례길이 궁금해 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제목부터 순례자인 The Pilgrimage 를 보면 말이다.


언제가부터 막연히 순례자 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한국도 걸을 곳은 많다. 제주 올레길도 있고 꼭 제주까지 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길이 존재한다. 순례길은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건 순례자의 길이 아니라, 길을 걸으면서 나를 발견하고 싶은 것이라 어느 길을 걸어도 상관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은 여전히 나에게 Bucket list처럼 머릿속을 맴돈다.


문득 산티아고 순례자에 관한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얼마 전 우연히 본 TV Show 때문이다. 차승원 씨가 나온 스페인 숙박에 관한 프로그램인데,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순례자들이 하룻밤 묶을 게스트하우스에 대한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큰 배낭에, 거칠게 고생한 흔적이 있는 신발 등 한눈에 순례자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 같은 손님을 보자마자, 실제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사람의 에세이를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만난 책이 “불멸의 산책”이다. 이 책의 부제는 “내 마음 같지 않은 산티아고 순례”. 제목보다, 부제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책을 구매했다. 책을 구매하자마자 저자에 대한 소개를 읽었다. “의사”, “외교관” 등 화려한 타이틀이 가득하다. 소위 잘 나가는 사람이 900km에 가까운 길을 완주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 책 뒷면에 짧은 평을 읽어 보았다. 내 눈길을 사로잡은 문구가 있다. “뤼팽과 함께 걷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다. 900여 킬로미터를 걷는 280페이지 내내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다.” 는 말을 읽자마자 내 선택이 옳았음일 짐작했다. 미소가 배시시 배어 나왔다.



사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책을 읽고 있는 중이다. 서평 그대로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다. 조금 아쉬움이 있다면 원어(프랑스어) 그대로 읽을 수 있었다면 저자의 행간의 의미(read between the line)까지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정도이다.



살면서 자아와 마주할 기회가 있는 사람이 있을까? 타인을 만나도 그 사람을 이해하면 좀 더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법인데, 자아에 대해서 마주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 적이 없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어쩌면 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바라는 건 유명한 길을 걷는다는 것도, 여행을 한다는 것도 아닌, 산티아고 순례길을 매개로 나를 대면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진정 내가 원하는 건 무었을까? 내가 불안한 건 무엇일까? 내면의 욕망을 이해하고 그들을 인정하면 내 삶이 한 단계 진보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리가 불편해서 완주를 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며칠 정도 길을 걸으며 상념에 빠지고 싶다. 저자의 말처럼 길을 걷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오직 걷는 것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다는 그 길이 오늘도 머릿속에 맴돈다.  



작가의 이전글 홍차 한잔 하실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