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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Jul 18. 2019

린다 매카트니의 니콘 필름카메라

한 장의 사진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면 

수년 전 한국에서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시회를 했다. 사실 나는 그녀가 Photographer 인 줄도 모르고 있었지만, 워낙 사진전은 다 챙겨서 보려고 하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보았다. 사진을 관람하다가 한 사진에 멈추어 섰고 아마 한동안 정지영상처럼 움직이지 않았던 것 같다. 

Leica CL, Summilux-M 1:1.4/35 FLE

바로 위의 사진이다. 이 사진이 인상적인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세로 사진을 찍을 때 위의 자세로 찍으면 무척 어렵다. 사진기를 꽉 쥐고 있기 쉽지 않아 흔들린 사진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의 자세는 무척 편안해 보인다.

두 번째, 차례대로 아들, 아빠, 그리고 엄마가 위치해 있는데, 실내에서 감도가 어두운 필름 카메라 (400 감도를 사용했을 것 같은데)를 이용해서 서로 위치가 다른 세명을 다 초점 영역 안으로 들어오게 찍으려면 조리개를 조여야 하는데, 그럼 셔터스피드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아마 그래서, 가운데인 아빠에게 초점을 맞추고 아들은 살짝 포기한 듯하다. 

세 번째, 특별한 장소가 아닌(화장실) 곳에서 무심한 듯 찍은 가족사진이 무척 편안해 보인다. 

사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기술적인 호기심이지만, 실제 사진이 끌어당긴 건 세 번째 이유 때문이다. 편안해 보이는 가족사진. 유명한 연예인이라서가 아닌 한 가족으로서 편안해 보이는 사진이 나를 당긴 이유이다.

이 사진 한 장 때문에, 내가 라이카에 매료된 뒤에도 필름 카메라는 꼭 니콘 필름 카메라를 소장하고 사용하고 싶었다.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을 따라서 찍고 싶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 드디어 상태 좋은 Nikon FM2 카메라를 구입했다. 그런데, 어제 더 기가 막힌 일이 일어났다.

Nikon S3, Nikon F2

카메라로 인연이 되어 친하게 지내는 이웃이 니콘의 명기 S3부터, F2까지 정말 오래된 카메라들을 내게 빌려준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매료된 사진의 니콘 카메라가 Nikon F 시리즈로 추정되면서 어쩌면 린다와 동일한 카메라로 나도 가족사진을 하나 남길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Leica CL, Summilux-M 1:1.4/35 FLE

Nikon S3는 라이카 필름 카메라처럼 RF (Range Finder) 방식의 필름카메라이다. 주로 예전에 전쟁을 기록한 종군기자들이 사용하면서 유명해진 카메라인데, 라이카 때문에, RF 방식에 익숙해서 그런지 더욱 반갑기도 하다. 

이제 니콘 FM2, S3, F2 등 필름카메라의 명기를 비교해서 찍어볼 예정이다.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마치 어릴 때 큰 장난감을 선물 받은 것처럼.

Leica CL, Summilux-M 1:1.4/35 FLE

다시 한번 바라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린다 매카트니 사진들을 바라본다. 행복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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