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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Sep 15. 2019

어떤 사진을 찍을까?

사진의 주제 / 소재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권태기가 온다고 말한다. 보통 권태기가 오면 장비 쪽으로 눈을 돌린다. 새로운 장비를 추가하고 잠시 새로운 렌즈 혹은 카메라를 테스트한다고 사진에 대한 열정이 다시 살아난다. 하지만, 권태기가 찾아온 사람은 장비로 이를 극복할 수 없다. 몇 장 더 찍고 나면 다시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무얼 찍을까요?
찍을 사진이 없어, 좋은 출사지 소개해 주세요.


사람들이 종종 내게 묻는 질문이다. 그럼 나는 주저 없이 대답한다. "가족부터, 출퇴근하며 혹은 주변 동네를 스냅처럼 담아 보세요." 그럼 10명 중 9명은 "주변에 뭐가 찍을 게 있다고, 풍경이 멋진 출사지나, 모델 촬영회 같은 정보를 알려주세요."라고 한다. 


안타깝지만 이들은 사진의 권태기를 영원히 장비에서 해답을 찾을 것 같다. 



Leica Q, Leica M10


나는 내 주변에서 찍을 사진이 너무 많다. 가장 먼저 아침부터 잘 때까지 틈틈이 아들 사진을 찍는다. 아들도 내가 사진을 찍거나 말거나 이제 신경 쓰지 않고 본인 할 일을 한다. 그런데 이런 사진들이 나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일 년 뒤 이 년 뒤 시간이 흐르면 과거의 순간을 다시 추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내 방, 그리고 카메라를 소재로 사진을 많이 찍는다. 나에게 예쁜 사진을 만들어 주는 카메라가 좋기도 하지만, 카메라 자체가 예뻐서 예쁜 소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Leica MP, Summilux-M 1:1.4/50 asph | Kodak Portra 400 필름

카페에서 차 한 잔 하며 읽은 책도 나에게는 멋진 소품이 된다. 사진의 소재는 어딘가 멋진 출사지를 떠나 찍는 "특별한 사진"만 소재가 아니다. 오히려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멋진 출사지보다 더욱 좋은 소재가 된다. 


사진은 어느 정도 양적인 것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처음에는 연사를 날려 양으로 승부할 수도 있겠지만, 점점 욕심이 나면, 연사보다는 한 장 한 장 순간을 담고 싶고 이렇게 하다 보면 사진을 찍는 횟수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이때 더욱 주변에서 사진의 소재를 찾아 많이 찍다 보면 자연스레 실력이 늘 수밖에 없다. 


혹시 사진의 권태기가 찾아왔다면, 사진의 기술적인 것 혹은 멋진 출사지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주변에서 소재를 찾아보길 권하고 싶다. 매일 매 순간 빛이 변한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시시각각 다른 매력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사진의 열정이 다시 화산처럼 폭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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