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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Sep 29. 2019

Road Warrior (도로 위의 전사)

사진 에세이 - 회상 

오래전에 미국에서 사업을 할 때 이야기다. 며칠에 한 번씩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영업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새로운 고객을 만나고, 거절도 다반사. 하지만, 당시 잘 나가는 미국 회사를 고객으로 만들려던 열정 때문에,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운 기회가 있다면, 미국 전역을 돌며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비행기, 렌트, 호텔 그리고 장거리 운전은 기본이었다. 


이렇게 미국 전역을 돌다 보니 몇 년 이내 항공사, 렌트카, 호텔 등 각종 멤버쉽이 upgrade 가 되고, 어딜 가든 VIP 대접을 받게 되었다. VIP 등급이 아닐 때보단 좋았지만, 이때는 늘 집에서 정상인(?)처럼 출퇴근하는 삶을 꿈꾸었다. 옛말로 하면 장터를 도는 장돌뱅이처럼 미국을 전역을 돌며 일을 하는 것이 나에게는 낭만은 아니었다.


Sin City Las Vegas

소위 Sin City 라 불리기도 하는 Las Vegas는 낮과 밤의 모습이 무척 다른 도시이다. 새로운 영업을 하기에 큰 Trade show 만큼 좋은 기회도 없었으므로 일 년 중 몇 번 정도는 Las Vegas를 방문하게 되었다. 이곳에 가면 소위 "What happens in Las Vegas stays in Vegas." (이곳에서 일이난 일은 이 곳에만 남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베가스만 도착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변하는 곳이기도 하다.



Stratosphere Tower 전망대 

도박도, Club 문화에도 흥미가 없던 나는 일이 끝나면 그냥 Hotel로 들어와 쉰다. 화려한 도시의 불빛과 밤새 멈추지 않는 음악소리가 나에게는 그저 소음에 지나지 않았다. 문득 Las Vegas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에 오르고 싶었다. 가장 높은 곳에서 땅을 보며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돌아보고 싶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불야성인 Las Vegas 

밤 12시가 다되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불야성이 Las Vegas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시 위의 전사 "Road Warrior". 미국인들이 주를 넘나들며, 이동하는 세일즈맨들을 보며 하는 말이다. 오늘도 호텔에서 눈을 뜨며 내가 동부에 있는지, 서부에 있는지 모를 떠돌이. 난 이런 생활을 몇 년을 했는지 모른다. 


나름 고생하며 얻은 추억도 다수 있다. 하지만, 젊음을 줄 테니, 이 시절로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나는 전재산을 다 주더라도 거절할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어떤 형태로든 성장을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Road Warrior 시절은 모두 겪어야 할 통과의례인지 모르겠다. 이 시절이 없었다면 현재 영업기술도 Marketing 기술도 터득하지 못했을 것이다. 


문득 2013년 사진을 보며 옛 회상에 잠겼다. Sin city를 벗어나고 싶던 나는 이 사진을 보며, 이제는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너무 싫어했던 화려한 도시, 한 동안 방문하지 않은 Las Vegas를 휴가로 다시 방문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눈을 감고 2013년도에 올랐던 전망대를 떠올렸다. 아직도 도시 전체에 나는 Cigar 냄새가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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