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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Oct 11. 2019

나이가 들면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진다.

"그리스인 조르바" Zorba the Greek

보통 나이가 들면 무기력해지고 일도 천천히 하게 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하고 싶은 일도 많아지고,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는 것 같아 급해진 마음에 일도 더욱 빨리빨리 하고 다음 일을 하고 싶어 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지는 나를 스스로 돌아보며 내가 유별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기 전까지 말이다. 


아내가 언제가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을 사서 보고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보통 번역서를 읽지 않고 원서를 찾는 나는 그 말을 한 귀로 듣고, 그리스인 조르바 번역서는 내 책장에서 오랫동안 잠자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듣던 Audio Book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인생 책으로 권하는 말을 듣고는 급히 원서로 Zorba The Greek 책을 구매했다. 책을 구매한 지 4년 정도 흘렀을까? 한두 장 읽다가 다시 책장에 넣기를 반복했는데 이번 여행에 iPad 등 전자기기를 모두 넣고 여행가방에 Zorba The Greek 책 한 권을 넣고 갔다.


"~my teeth are getting loose, I've no time to lose.~ The longer I live, the more I rebel. I'm not going to give in. I want to conquer the world!"


이 글귀를 읽는 순간 누가 나를 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노인이 된 그리스인 조르바가 한 말이다. "이가 빠지려고 하지만, 난 낭비할 시간이 없네. 더 오래 살수록 오히려 난 반항하고 싶어 지지. 난 절대 (운명 따위에) 포기하지 않을 걸세. 나는 세상을 정복하고 싶네."


이렇게 멋진 말이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조르바가 된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나도 낭비할 시간이 없다. 오히려 젊었을 때는 주변의 눈치를 보기도 하고, 부모님이 좋아하는 일을 해 보려고도 했지만, 지금은 누구의 눈치를 보며 시간을 낭비하기에 현재가 너무 소중하다. 아직도 이루고 싶은 일 여행 가고 싶은 곳들, 체험하고 싶은 것들이 가득하기만 한데 낭비할 시간은 없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Golden Gate Park 자연사 박물관내에서 


이번 여행에서 마주친 광경이다. 어느 젊은 엄마가 곤히 잠든 아이를 안고 물끄러미 수족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동안 움직이지 않는 엄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문득 아들이 아가였을 때를 떠올렸다. 불과 엊그제 같던 일이지만, 벌써 8년 이상 전 일이다. 시간은 얼마나 빨리 흘러가는지 그리고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불과할 수 있었던 일은 크게 많지 않다.


우리는 가끔, 지금 직장을 그만두고 "~일을 하면 매일 행복할 텐데"라고 말한다.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더욱 많다. 적어도 내 주변은 그런 듯하다. 하지만, 낭비할 시간이 없는 우리네 인생을 생각해보면 이런 후회를 안고 살아갈 시간에 오늘 당장, 아니 지금 당장 실천을 해 보면 어떨까? "But what if?"라는 꼬리표 대신 마치 어느 스포츠 회사의 광고처럼 "Just do it."이라는 말을 해 보고 싶다.


몇 년간 내 책장에서 묵혀 있던 그리스인 조르바를 보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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