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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Nov 26. 2019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 책 리뷰

가장 격변하는 시대에 꼭 필요한 통찰력 

요즘 애들은 끈기가 없어? 
아니 그것도 못 참고 그만두나? 


내가 어린 시절 종종 어른들이 젊은 세대에게 하던 말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내가 어른이 되었지만, 지금 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비슷한 말을 한다. 수십 년이 지나도 아니, 수백 년이 지나도 어른들의 색안경은 바뀌지 않는 모양이다. 물론, 이런 말에 정말 해당하게 행동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가 이런 패턴을 보이면 더 이상 젊은이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잘못된 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90년대 말에는 야근이 당연한 시대였다. 사실 야근을 무조건 해야 "일 잘하는 직원"이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에, 일부러 낮에는 차도 마시고 다른 일도 하며 틈틈이 시간을 낭비했다. 어차피 업무에 집중해서 일을 다 끝내도 집에 가지 못하니 일을 미루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란 낮에 분명 일을 미뤄서 놀았음에도 불구하고 야근을 했다는 생각 때문에, 하루 종일 일만 하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상사에게 일을 집중해서 빨리 끝냈으니 정시에 퇴근하겠다고 하면 크게 꾸중을 듣는다는 것이다. 십중팔구 상사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일을 끝내? 아니 일이 그것밖에 없어요? 더 찾아서 해야지. 시키는 일만 하나요? 상사도 퇴근하지 않고 일하고 있는데 집에 먼저 가겠다고? 그런 자세면 그냥 나오지 마세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Leica M10, Summilux-M 1:1.4/35 FLE

결국 대한민국 직장인은 일의 효율은 떨어지고 점점 눈치와 스트레스, 피곤함만 는다. 매일 별 보고 출근하고 또 별을 보고 퇴근해야 하는 삶이 정상이 아니다. 이 뿐인가 과거 회식 문화는 또 어떤가? 낮에 힘든 사원들을 위로(?)한다는 명목에 상사가 술을 산다. 그런데 술자리에서도 업무의 연속이다. 부하 직원은 밑반찬 세팅 등 거의 서빙 분위기의 역할을 해야 하며, 상사가 술을 권하면 싫어도 마셔야 한다. 또 빨리 취하면 술버릇이 좋지 않다고 욕을 하니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한다.


이런 문화의 한국에서 대부분 사람들 마음에 분노가 자리 잡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니 운전대만 잡으며 누군가 양보하는 건 상상할 수도 없으며 종종 억울함을 느끼면 보복운전까지 한다. 평소 대접받지 못한다 생각하니, 얌체처럼 줄어 서지 않고 끼어드는 행위도 서슴지 않고 한다. 소위 본인은 VIP 니 줄을 서지 않아도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이다.




이제 시각을 바꾸어 젊은 세대를 바라보자. 이들은 취업도 어렵고, 대학 때부터 높은 등록금 때문에 학자금 대출을 받고 사회인이 되자마자 빚을 값아야 하는 신세가 된다. 이성과 교제를 할 때도 여행을 다니며 인스타그램으로 인증을 하는 문화 때문에 여행비용 및 고가의 선물 비용으로 재산을 탕진(?) 해야 한다. 결혼을 해도 이런 삶의 연장이다. 집 값은 너무 비싸니 월급을 저축해서 구매하는 건 꿈도 꾸지 못하며, 월세 혹은 전세로 집을 구해도 직장과 멀리 떨어진 지역이 최선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다들 월급을 주입식 교육을 하는 학원에 모두 투자해야 한다.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한다.


헬조선

이런 젊은 세대는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한다. 그만큼 불만이 많이 누적된 것이다. 그리고 막연히 유럽 혹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면 좋은 기회가 생기며 삶도 윤택해 질거라 생각한다. 특히 아직도 많은 젊은 친구들이 American Dream에 대한 환상이 있다. 어떻게든 미국에 건너가면 좋은 기회도 생기고 돈도 많이 벌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이들이 미국에 건너가면 대부분 적응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인종차별"이라고 한다. 남들도 그렇게 말하니까.. 그런데 미국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 보았던 내 시각은 전혀 다르다.


일단 미국은 그 사람의 스펙보다는 얼마나 실무 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한다. 그리고 "약속"에 대한 가치를 매우 크게 둔다. 하지만 한국 사람은 나이를 불문하고 "노력"에 큰 가치를 둔다. 소위 내가 야근하고 열심히 노력하고도 안되면 미안하긴 하지만 상대방이 내 노력을 근거로 이해를 해 주어야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처음부터 업무 능력이 없는데, 노력해서 잘할 수 있다는 말로 시작하면 크게 낭패를 본다. 즉 약속을 하지 않았으면 우리가 다른 대안을 찾았을 텐데, 당신 약속을 믿고 일을 하다 큰 손해를 보았으니 배상하라는 생각이 그들의 마음이다. 그리고 갑/을 관계가 없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과 그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의 대등한 관계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물론 미국도 대기업의 텃세 등은 있지만, 비슷한 규모 혹은 조금 차이가 나더라도 갑/을 관계로 보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에 거주할 때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일단 임대료가 무척 비싸며, 교통비, 유지비, 세금 그리고 건강 보험료 등은 살인적이다. 미국에 잠시 여행을 다녀와서 마트에서 구매하는 식자재 비용 및 상품의 비용이 한국보다 저렴하다고 미국 생활이 더욱 여유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이다. 


한국에서 싱글 소득으로 월 천만 원이라면 상당히 여유 있는 삶이지만 미국은 그냥 평범한 중산층이다. (대부분 $ 5,000 이상 고정 비용으로 모두 사라진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생존할 수 있다. 그리고 실무 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노력"으로 때울 수 있는 착한(?) 직장문화도 있다. 신입 사원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업무에 필요한 자질이 없다면 일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은 신입 사원이니 회사에서 실무 교육을 시켜 주어야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미국에서는 실적이 없으면 상당히 냉정하게 사람을 정리한다. 예를 들어 상사가 들어와 이번 분기 실적이 저조하다며 내가 당신을 계속 고용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이야기하라고 한다. 그리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박스 하나에 소지품을 넣고 바로 퇴사해야 한다. 그 순간 잘리는 것이다. 한국에서 이런 상황이 생겼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노조부터, 각종 고소가 시작될 것이지만 미국은 그냥 정글이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헬조선'이라고 할 수 없다. 분명 한국이 부당한 문화도 있고 사회 시스템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사람 살만한 정도는 된다. (오히려 미국보다 사람 냄새나는 문화도 존재한다!)




내가 한국에 와서 미국과 한국을 비교해 보면 젊은 헬조선이라 외치는 젊은 친구들이 착각을 하는 걸 많이 보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해 본다.


* 본인이 지원하겠다고 먼저 연락하고 나중에 확인 등을 위해서 연락해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 메일로 연락을 취하면 답변이 없다. 혹 답변을 하더라도 성의 없이 핸드폰 문자를 보내고 만다. 

* 특정 일을 할 수 있다고 하면서, 해당 업무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보여 달라고 해도 마땅한 포트폴리오가 없다. 즉, 입으로는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과장된 경우가 많다.

* 만기에 대한 개념이 없다. 즉 특정 업무를 언제까지 해야 한다고 하고 매니저가 다시 확인하지 않으면 만기가 지나도 아직 업무를 끝내지 않고 있다. 왜 끝내지 않았냐고 하면 확인하지 않으니 시간이 더 남은 줄 알았다고 말도 되지 않는 변명을 한다.

* 본인이 업무 능력은 떨어지는데, 워라밸 등 복지를 주장한다.

* 솔루션을 제시하기보다는 비평을 주로 한다.(불만이 있으면 그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본인이 생각하는 솔루션을 제시하라고 해도, 늘 비평만 한다. 본인도 솔루션이 없으면서 말이다.)

* 본인이 빠지면 회사가 망할 거라는 망상을 한다. 대부분 한 사람이 빠져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 새로운 직원을 찾을 때까지 조금 번거로울 뿐이다!

* 외 다수 


어쩌다 한두 명을 마주치면 그렇다 하겠지만, 이런 친구를 종종 만나게 된다. 마치 도로에서 얌체처럼 새치기하는 차를 종종 마주치는 것처럼 말이다. 이쯤 되면 이런 젊은 친구들을 양성한 교육 시스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라이카 M 모노크롬 (typ246)




한국의 요즘 애들, 그리고 요즘 어른은 가장 격변하는 시기에 살고 있다. 아직도 우물 안 개구리처럼 막연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헬조선이며 탈출하면 희망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면 행복한 삶을 찾을 수 없다. 그리고 회사를 욕하고 그렇게 싫으면 창업하면 되지 않는가? 왜 그리 싫은 일을 욕하며 계속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김용석 저자의 "한국의 요즘 애들, 그리고 요즘 어름" 책은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는 변화에 대해서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Fact를 소개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더한 책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변화에 대해서 좀 더 이해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 한 권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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