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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Jan 08. 2020

Leica M7 - 두 가지 간절한 마음

Ilford HP5 흑백필름 

브런치를 너무 방치하는 듯해서, 네이버에 올린 글을 그대로 복사해 보았다.


12월을 마무리하며 강원도에 갈 기회가 있었다. 눈이 내릴까 조마조마하며 떠난 길은 불행 중 다행히 비로 마무리되어 그럭저럭 이곳저곳 돌아다닐 수 있었다. 이날 방문한 곳 중 두 곳은 전혀 계획이 없었지만 인근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방문해 보았다. 그 첫 번째 장소는 바로 백담사이다. 


강원도 인제에 있는 백담사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시간 30분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다행히(?) 버스가 운행하며 이제 매우 쉽게 백담사를 방문할 수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백담사에서는 정말 엄청난 풍광이 펼쳐졌다.


Leica M7, Summaron-M 1:5.6/28 - 백담사

엄청난 풍광은 사실 절은 아니다. 절은  무언가 절벽에 산 아래가 보이는 멋진 장소를 기대해서 그랬는지 조금 실망이었다. 그런데, 정작 엄청난 풍광은 다음 사진이다.


Leica M7, Summaron-M 1:5.6/28, Ilford HP5 400 흑백필름

정말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계곡 전체에 사람들이 쌓아올린 크고 작은 돌탑이 세워져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감탄사가 나오다가 생각할수록 더욱 큰 감탄사가 나왔다. 종교를 떠나 이곳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돌탑을 세울 때는 단순히 재미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언가 간절한 마음으로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돌탑을 세웠으리라. 옛말에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 간절하게 바라는 일은 종종 소원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때로는 마이너스로 간절한 마음을 갖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바로 키보드 워리어라 부르는 악성 댓글러들이다. 사실 블로그 및 다양한 SNS에 공개하는 사진은 내 주변 사람뿐 아니라, 내가 모르는 사람까지 콘텐츠를 보고 영감을 받길 바라며 공유를 한다. 물론 일부 사람은 "자랑"하기 위해서 올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떤 목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든 그건 개인의 자유이다. 내가 좋으면 follow를 하고 계속 콘텐츠를 바라보면 될 것이고 싫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꼭 열심히 올리는 콘텐츠마다 따라다니며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이 있다. 그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으면 본인 블로그, SNS 등에 콘텐츠를 올리면 될 텐데, 막상 방문해보면 비어있거나 본인이 욕 한 글보다 더욱 저질 콘텐츠가 올라가 있다. 마치 본인은 축구를 시청하며 본인은 프로 축구단에 들어갈 실력도 안되면서 "바보~ 그거밖에 못하냐! 골을 바로 차야지!"라고 욕하는 사람과 동일하다.


돌을 보며, 이런 악성 댓글러들도 간절하게 본인들이 악성 댓글을 달고 다는 사람들이 못되길 기원하며 돌탑을 세울까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에이~ 설마~


Leica M7, Summaron-M 1:5.6/28, Ilford HP5 400 흑백필름




Leica M7, Summaron-M 1:5.6/28, Ilford HP5 400 흑백필름



귀가하는 길에 인근에 자작나무 숲이 있다는 푯말을 보았다. 자작나무 숲은 이미 사진으로 여러 번 보았기 때문에 그 매력을 잘 알고 있었다. 너무 즐거운 마음에 살짝 돌아가야 하는 길을 방문해 보았다.


Leica M7, Summaron-M 1:5.6/28, Ilford HP5 400 흑백필름

악~ 도착하자마자 주차장에서 입구로 올라가는데 이미 공원문을 닫았다는 안내 방송을 들었다. 혹시 입구에서라도 볼 수 있을까 희망하며 올라갔다. 입구에 물건을 파는 장사치가, 쏘는 말로 더 이상 올라가지 말란다.. 순간 공원 지기인 줄 알았다. 그의 말을 무시하고 입구까지 도착했다. 산림청 직원이 입구에 있다. 같이 간 일행이 사정을 설명하자, 바로 앞 숲에서 사진만 찍고 내려오란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따스한" 정을 느꼈다. 순간 드는 생각이 있었다. 어쩌면 입구의 장사치는 악성 댓글러가 아닐까? 


남을 해할 순간에 본인의 행복에 집중해도 인생이 참 짧다. 타인의 작품이 싫으면 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오히려 열심히 따라다니며 악성 글을 남긴다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팬이란 말인가? 에잇, 이런 팬은 "음소거"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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