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mm / 120 중형필름
"인물사진"은 참 어려운 주제이다. 아마 인물사진을 오래 찍는 사람에게도 영원히 어려운 과제로 남을 것이다. 인물사진이 어려운 이유는 인물마다 담아야 하는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로운 짧은 시간에 그 포인트를 찾아 사진에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고 테크닉이 없는 건 아니다. 약간의 테크닉을 알고 있으면 적어도 기본 이상은 할 수 있다.
인물사진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은 피사체 인물이 평소와 다르지 않게 행동할 때이다. 즉 자연스러울 때란 뜻이다. 그런데, 대부분 낯선 사람을 촬영할 때는 서로 어색하고 긴장하기 때문에, 절대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사진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이라면 조금 다르다. 가족의 일상을 사진으로 담는 연습을 해 보자. 가족들이 카메라를 의지하지 않고 그냥 평소대로 일상을 하도록 하고, 나는 관찰자가 되어 담고 싶은 순간을 담아보자. 이런 연습이 반복되면 낯선 사람을 찍을 때도 자연스러운 순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생긴다.
보통 사람들이 인물사진을 찍을 땐, 바로 카메라를 꺼낸다. 생전 처음 만난 사람의 경우 카메라를 보면 긴장하기 마련이다. 또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도 낯선 사람을 바라보고 있으면 긴장이 된다. 뭐 긴장하지 않더라도 마음이 마냥 편할 리가 없다. 이럴 땐, 서로 가벼운 대화라도 나누며 시작하자. 보통 5분 이상 대화를 나누고 사진을 찍는 것과, 서로 대화 없이 "하나, 둘, 셋 하면 찍습니다!" 하는 경우는 큰 차이가 있다.
내가 낯선 모델을 만날 때 나누는 대화의 일면이다.
나: "안녕하세요. 모델님은 어릴 때 어떤 일을 하고 싶으셨어요?"
모델: 생각하는 얼굴로 바뀌며, "글쎄요, 어릴 때는 사실 지금 하는 일과 다른 직업을 꿈꾸었어요."
이렇게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모델에게 부탁을 했다.
나 : "카메라를 보고, 미래에 희망하던 일에 성공했다고 상상해 주세요. 그리고, 유명한 사람이 된 모델님의 인터뷰 내용을 기사화하기 위해 지금 사진을 찍는다고 상상해 주세요. 아주 자신 있는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자신을 그려주세요.."
모델 : "네?" 어색한 웃음, 황당한 웃음. 그리고 이어 다양한 감정이 얼굴에 스치다, 곧 자신 있는 표정이 나오기 시작한다.
아마 이런 대화를 해 보면 놀랄 것이다. 처음에 어색하던 만남이 점점 편안해진다. 그리고, Photographer에게는 편안한 모습을 담을 기회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이제 더 이상 예쁜 포즈가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이 느껴지는 편안한 순간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Photogapher 로서 이런 순간을 담을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보통 인물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스튜디오 촬영을 생각한다. 그런데,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면 "증명사진"이 나오기 쉽다. 포즈도 제약이 많고, 특히 낯선 사람을 촬영한다고 하면 서로 어색한 침묵이 공간을 답답하게 만들 수도 있다. 반면 오픈된 공간에서 촬영하면 아무래도 숨쉬기가 한결 편해진다. 공간을 이동하며 촬영하면 같은 포즈라도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다.
사실 필름 사진이든 디지털이든 인물사진을 담는데 다른 점은 없다. 위에 소개한 테크닉 아닌 테크닉은 어떤 미디어를 이용하든 관계없이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필름의 경우 좀 더 도움이 되는 테크닉은 분명 존재한다.
주광의 경우 노출 차이가 무척 심하다. 필름 카메라의 경우 보통 가운데 초점을 맞추는 영역이 노출을 측광하는 영역이다. 그런데, 햇빛이 강렬하고 그림자가 있는 환경에서 측광을 하면 보통 피부는 검게 표현되기 쉽다. 아래와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상황이다. 이럴 땐, 노출을 측광하고 그 기준으로 +1 정도 노출을 오버해서 촬영하는 것이 좋다. 만일 별도의 외장 노출계가 있다면, 인물 피부에 대고 그 노출을 기준으로 촬영하면 된다.
디지털 사진의 경우 보통 찍고 후면 LCD를 확인할 수 있지만, 필름의 경우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럴 수 없다. 아무리 칼초점을 잡더라도 인물이 순간 미세하게 움직이거나, 내가 움직이면 초점이 틀어진다. 이 때문에, 가능하면 조리개를 조여서 촬영하는 것이 안전하다.
조여서 찍으면서도 만일 배경 흐림 효과를 동시에 내고 싶다면, 인물에 근접해서 촬영하면 된다. 피사체에 근접할수록 배경 흐림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테크닉을 조금이라도 기억할 수 있다면, 이제 남은 건 연습이다. 흔히 10,000 시간의 법칙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누군가 10,000 시간을 같은 일에 매진하면 전문가가 된다는 말이다. 인물 사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습을 반복하면 기술적인 부분은 익숙해질 수 있다. 기술적인 부분이 익숙해지면, 이제 인물의 개성을 이끌어내는데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