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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Sep 01. 2020

배경흐림 사진이 꼭 예쁜 사진일까?

"아웃포커스(심도놀이)"에서 탈출해 보자!

DSLR 을 처음 구매했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기억난다. 핸드폰 카메라의 성능이 별로였던 시절, DSLR에 번들렌즈로 찍은 사진의 선명함에 한번 놀라고 배경흐림 효과에 또 놀랐다. 사실 DSLR을 처음 구매했을 때는 조리개에 따른 심도 효과 (Depth of Field) 개념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배경이 흐려진 사진은 마치 마법 같았다. 속으로 "아 이래서 비싸고 큰 전문(?) 카메라를 사용하는구나.."라고 감탄했다. 그 뒤로 배경 흐림은 조리개를 최대 개방할 때 생기며 조리개의 수치가 작을수록 더욱 심도가 얕다는(배경이 많이 흐려진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덕분에 작은 조리개의 숫자가 있는 렌즈를 구매하려고 (예를 들어 F/1.4 혹은 F/1.2 등) 지름신도 종종 영접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한동안 모든 사진을 노출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조리개를 개방해서만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 


Out of Focus/ 배경흐림을 해야 꼭 예쁜 사진일까?


위 이야기를 보고 "나도 그런데/그랬는데!"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배경까지 선명하게 나오면 사진이 예쁘지 않을까? 물론, 사진은 기호식품처럼 개인의 주관적인 선호도에 따라서 즐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배경흐림 효과에 매료되어 반대쪽 세상을 본 적이 없어 그 아름다움을 체험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한 가지 조언을 해 주고 싶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배경까지 선명한 사진이 배경 흐림 사진보다 더욱 진한 감동을 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매그넘 포토그래퍼인 Steve McCurry 씨의 작품을 보면 배경을 흐린 사진보다는 배경까지 선명한 사진이 더욱 많다. 특히 다음 링크에 소개된 사진을 보면 주제부터 배경까지 모두 선명한 사진들이 정말 큰 감동을 준다.


실제 위 사이트를 들어가서 Steve 사진작가의 사진을 감상해 보자 

그런데 이 사진들의 특징이 있다. 배경까지 선명한 사진에서 묘~한 공간감이 느껴진다. 실제 현실처럼 앞에 있는 사물부터 뒤에 있는 사물까지 원근감이 느껴지며 이 때문에 거리감/공간감이 느껴진다. 오히려 이 경우 배경을 흐렸다면 주제 자체에 대한 감동은 있었겠지만, 배경까지 포함한 입체적인 느낌은 없었을 것이다. 

보통 배경을 흐리면 주제와 배경이 분리되어 입체적인 느낌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입체적인 느낌은 전경부터 배경까지 모두 선명하게 찍힌 상태에서 원근감을 이용해서 오브제를 배치했을 때가 더욱 강하게 든다. 

비단 위 Steve McCurry 작가뿐 아니라, 대부분 유명한 Photographer의 작품을 보면 전경부터 배경까지 선명한 사진이 많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배경흐림 효과는 크게 사용하지 않는다. 




내가 조리개 최대 개방을 즐기다가 배경까지 선명한 사진 즉 조리개를 조이는 사진을 즐기기 시작한 건 라이카 M10으로 사진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누군가 나를 설득해서가 아니라, 라이카 렌즈가 너무 선명한 사진을 찍어주니, 배경을 흐리고 싶지 않아졌다. 이렇게 해서 F/1.4 최대 개방 렌즈를 이용하지만, F/5.6 ~ F/8 | F/11까지 조리개를 빈번히 사용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 순간 배경까지 선명하게 찍었을 때 더욱 아름다운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리개를 조인 상태에서 원근감을 이용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어쩌면 라이카 렌즈가 영감을 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직도 최대개방으로만 사진을 찍고 배경흐림 효과가 최고라 믿었을 것이다. 만일 당신도 나처럼 이런 믿음을 갖고 있다면 한번 다른 세계도 체험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조리개를 조여서 선명하게 찍은 사진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면 필요에 따라 배경을 흐릴 수로 조여서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Leica M 으로 조리개를 조여서 깊은 심도를(배경흐림을 최소화한) 즐긴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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