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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an Kim Sep 07. 2020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주제와 시선 

사진 많이 찍으면 잘 찍을 수 있을까요?


사진이든 어떤 일이든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면 진전이 있다. 하지만, 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사람마다 편차가 있다. 여기에는 타고난 재능도 관계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어떻게 시간을 투자했는지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달라진다. 쉽게 말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시간을 아무리 투자해봐야 제자리걸음이다.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매일 많이 찍는다고 사진 실력이 그냥 좋아지지 않는다. 매일 아무런 목적 없이 기록하듯 찍는다면, 오늘 찍은 사진도 일 년 뒤 찍을 사진도 제자리걸음일 것이다.



카메라의 렌즈가 마치 나의 눈처럼

한 가지 재미있는 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카메라로 여러 명이 동시에 사진을 찍어도 서로 바라보는 것이 다르다. 평소 냉소적인 사람은 그 장소에서 찍은 사진도 차가운 느낌이 들며, 평소 정이 많은 사람은 사진에서 따스한 느낌이 든다. 왜 그럴까? 그 해답은 바로 "시선"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카메라란 도구를 들어도 바뀌지 않는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나의 시선을 온전히 카메라로 담을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좋다. 바꿔 말하면 "렌즈"가 내 "눈"인 것처럼 익숙해지면 가장 좋겠다. 


같은 렌즈, 같은 화각으로 오랜 기간 사진을 찍어보자 


장비 욕심이 아닌 사진 욕심이 난다면, 같은 화각의 렌즈로 오랜 기간 사진을 찍어보자. 예를 들어 이번 달은 욕심이 나더라도 50mm 렌즈 하나만 갖고 한 달을 지내보자. 그리고, 50mm 렌즈로 내가 바라보고 싶은 시선을 완벽히 담아 보는 연습을 해 보자. 한 달 동안 같은 렌즈를 사용해야 하면 다양한 제약 상황이 생긴다. 예를 들면, 실내에서 50mm로 사진을 찍다 보면 전체를 담을 수 없다. 그럼 어떤 일부를 담아야 나의 시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셔터를 누르기 전 고민이 시작되면...


예를 들어 책을 사진으로 담는다고 가정하자. 



전체를 담을 것인가 vs 일부를 담고 다른 오브제를 같이 활용할 것인가?


책 전체가 보이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책의 일부만 담고 다른 오브제를 활용할 것인가? 기존에는 그냥 책 사진을 찍었다면, 이제는 내가 이 책을 바라볼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를 고민하고, 그런 느낌을 사진으로 담아내려고 노력해보자. 


예를 들면, 왼쪽의 사진은 "Green" 색 배경에 법정 스님의 "좋은 말씀"만 잘 보이도록 초점을 맞추어 좋은 말씀이 상큼하게 느껴지도록 설정한 사진이다. 반면 오른쪽은 구수한 쌍화차를 한 잔 마시며 정말 고즈넉한 절에서 현자의 좋은 말씀을 듣는 듯한 느낌을 담아 보려고 한 사진이다. 각 사진에서 내가 표현하고자 한 의도가 다르다. 


사진을 찍은 장소를 짐작하기 어렵게 해 보자 



사진속의 배경은 어디일까?


두 번째 연습은 사진의 배경을 짐작하기 어렵게 찍어보자. 예를 들면, 위 사진은 어디서 찍었을까? 아마 대부분 고급 음식점이나, 호텔 정도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실제 위 사진은 평범한 동네 상가에게 찍은 사진이다. Fitness Center의 입구에 달아둔 인테리어 조명을 담아 보았다. 하지만, 배경을 어둠 속에 감추었더니, 마치 호텔 객실로 향하는 복도나, 고급 음식점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사진 속에서 배경을 짐작하게 하는 요소를 감추는 건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연습한 대로 사진의 결과를 만들 수 있기 시작하면, 이제까지 그냥 "찍을"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즐거움이 따른다.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어떤 주제(느낌)의 사진을 찍을 것인지, 나의 시선은 어떻게 사진으로 담을 것인지 고민하자. 고민하는데 가장 좋은 무기는 "제약"상황이다.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이번 한 달은 50mm 렌즈 하나만 갖고 내가 원하는 주제를 담아보자. 또 사진에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요소를 지워보자. 아마 이런 두 가지 제약 상황을 갖고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 함부로 셔터를 누르지 못할 것이다!




50mm 화각으로만 담은 일상 사진 / Leica M10 / Leica MP / Leica M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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