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의 입원생활을 청산하고 집으로 오다
엄마가 병원에서 퇴원했다. 작년 9월 추석 연휴에 넘어져 골절상을 입고 입원하여 두 번의 수술을 하고 세 개의 병원을 다니시다가 6개월 반 만에 집으로 왔다. 79세의 나이에 연속으로 두 번 골절상을 입고 수술을 하니 제대로 걷지를 못하신다. 폐기능이 약해 수술을 견뎌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의료진의 진단을 들었을 때는 하늘이 노랬다. 그래도 엄마는 참 의지력이 강하다. 파킨슨 증상에 인지기능도 떨어지다 보니 걷는 것, 말하는 것, 판단하는 것이 조금씩 어려워진다. 씩씩한 할머니에서 아기가 되어 돌아왔다. 그래도 아직 치매 증상은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고요하던 집안이 어수선하다. 엄마는 단 몇 분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도 이미 집안 구석을 순식간에 싹 스크린을 하신다. 그리고 당신이 놓아둔 상태가 아닌 것은 빠짐없이 제대로 바로잡는다. 보행기를 잡고도 이것저것 단속하며 지나가느라 균형을 잃는다. 잠시도 눈을 돌릴 수가 없다. 토요일, 일요일 이틀 동안 24시간 엄마를 찬찬히 관찰하게 되었다. 왜 저러나 싶은 행동도 자세히 보면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갑자기 보는 사람은 참 뜬금없다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치매에 걸려도 그렇지 않을까? 본인들은 다 이유가 있는데 보는 사람이 이해를 못하니 정신없다고 하는 거지.
아이들이 모두 와서 할머니 환영식을 했다. 무심한 듯하시면서도 사진을 찍으면 얼굴을 돌려 바라봐준다. 절대 웃지는 않는다. 웃음이 사라진 것이 병의 한 증상인 듯하다.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뭐든지 혼자서 하려고 하다가 사고를 낸다. 첫날 화분 하나 깨뜨리고 소파 옆에서 한 번 넘어지셨다. 십년감수했다. 1분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밤에도 거의 30분마다 일어나서 화장실 가고 TV를 켰다 껐다 하고 잠을 못 주무신다. 아예 포기하고 엄마방에 이불 깔고 누웠다. 잠이 깨면 옛날 얘기도 하고 두서없이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해드린다. 말을 잘 못하지만 듣기는 잘한다. 별 반응이 없지만 관심 있는 얘기는 한 소절씩 따라 말한다.
아침밥을 드시고 잠시 눈을 붙이시기에 틈을 타서 볼 자료를 폈다. 그런데 30분도 안되어 일어나 나오신다. 시간을 좀 벌어볼 요량으로 엄마에게 시집을 베껴 쓰도록 했다. 시바타 도요 할머니의 『약해지지마 두 번째 이야기 』 시집을 드렸다. 글도 짧고 글씨도 커서 베껴 쓰기 안성맞춤이다. 몸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열심히 베껴 쓴다. 다 쓰고 나서 낭독을 하도록 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데 언어 연습도 할 겸 두 번 거듭 낭독을 하라 했다. 딱 두 편 쓰고 휑하니 일어선다. 100세 할머니가 쓴 시라고 말씀을 해드렸으나 귀담아들으시는 것 같진 않다.
요양병원 생활 6개월 만에 탈출인데 당분간은 적응기를 가질 예정이다. 아프기 전 말도 못 하게 바쁘게 살던 분이니 병이 나서 아픈 상태가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동작이 어디까지인지 자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병원에서는 누워만 있으면 안전하고 편하니 운동을 굳이 많이 시키려 하진 않는다. 집은 자유지역이지만 언제나 위험요인이 널려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이 엄격한 세상의 이치이다. 점심에는 양푼 비빔밥을 해 먹고 저녁에는 머리 감고 샤워를 했다. 엄마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