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살며 제일 중요한 것
부모는 자식 똥도 향기롭다 했는데, 자식은?
도시에 살다가 귀농한 농부 전희식 씨는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그분이 쓴 『똥꽃』을 읽었던 2012년에 나는 엄마가 늙어 수발해야 한다면 하는 상상을 하며 두려워했었다. 그분은 치매 어머니가 싼 똥을 벽에 칠한 것을 보고 '똥꽃'이라고 했다. 어머니가 똥으로 꽃 그림을 그렸다고. 냄새나고 더러운 똥을 치우면서도 어머니에 대한 사랑으로 눈살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던 저자를 보며 나는 그런 미래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엄마가 변비기가 있다고 몇 일째 볼 일을 못 보았다. 몇 번을 화장실을 들락거렸지만 실패했다. 점심에 속이 더부룩한지 식사를 안 하겠다고 하신다. 그래도 뭘 드실지 이것저것 대면서 물으니 찐 감자가 낙찰이 되었다. 하루 세 번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약을 드셔야 하니 식사를 거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소금과 당원을 조금씩 넣어 감자를 분이 팍팍 나게 쪄드렸더니 맛나게 드시다가 화장실을 가겠다고 한다. 밥을 먹다 말고 모시고 갔다. 힘을 잔뜩 주시고 애를 쓴 연후에야 볼 일을 보셨다. 뒤처리를 해드리고 다시 식탁에 앉아 밥을 마저 먹었다.
아이들 키울 때 가장 큰 임무가 기저귀 가는 일이다. 밥상머리고 어디고 가리지 않고 눕히고 변을 처리했다. "부모에게는 자식 똥도 향기롭다."는 말이 있다. 자식이 예쁘니 똥도 더럽지 않다는 뜻이겠다. 그러나 부모님은 그렇지 않다. 전희식 씨가 그 말을 책에 썼을 때 나는 실감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 엄마의 똥은 향기롭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찌나 반가운지 둘이 박수까지 쳤다.
아픈 어르신들은 변비에 걸리기 쉽다. 움직임이 많지 않고 내부 장기의 작용이 원활하지 못하여 대사작용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에는 관장을 시켜야 해서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부모가 나이 들어 함께 살게 될 날이 왔을 때 수발이라고 해봐야 정말 단순하다. 몸 상태를 살핀다. 대소변을 수발한다. 식사를 챙긴다. 그게 전부다. 살면서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단순한 과정만이 필요하다. 그런데 어떤 사회적 역할보다 이 단순한 일 하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옛날처럼 부모를 모시는 경우가 적어진 것을 보면 말이다. 물론 어려운 만큼 보람된 결과가 없다고 생각되어서 이기도 하다. 그렇게 모셔봤자 결국 하루하루 성과 없는 삶을 영위할 뿐이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기 쉽다.
그런데 한 편 생각해보면 삶을 영위하는 기초작업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달리 무엇이겠는가? 밥 잘 먹고 볼 일 잘 보고 살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정신을 놓으면 그나마도 자각하지 못하니 더 힘든 일이 많을 것이다. 부모님 실수를 '똥꽃'이라고 부른 전희식 님의 사랑이 오늘 새삼 귀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