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에 시를 쓰기 시작한 시바타 도요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90세가 되어도 마음만은 젊은 시절과 같아서 흰 구름을 보면 타고 싶어라." 90년의 인생은 걱정이 가득하고 거센 파도도 많았지만 시를 쓰면서 남은 인생은 기쁜 날이 더 많다고 한다. 할머니는 재난을 입은 사람들을 격려하는 시를 쓴다. 괜찮다고, 살아있으면 반드시 좋은 일이 있다고, 불행이라는 파도에 지지 말라고 격려합니다. 많은 분들이 시를 읽고 할머니에게 편지를 보낸답니다. 할머니는 오히려 그들에게 격려를 받는다고 말합니다. 시를 쓰며 인생의 꽃을 피울 수 있어서 기쁘다고, 그리고 행복하다고.
엄마가 말을 잘 못해서 답답해한다.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때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할까? 엄마의 인생이 불행하다고 생각할까? 초등학교 3학년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였다고 한다. 4살 아래 남동생을 거두며 시골마을에서 소녀가장으로 살다가 육이오 전쟁이 나면서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돌아가지 못했다. 묘포 장에서 일을 해서 남매가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엄마가 인생에서 젤 아쉽다고 말했던 게 학교를 못 다닌 거라고, 구구단을 겨우 배워 곱셈은 하는데 나눗셈을 못 배웠고 맞춤법에 맞게 글을 못 쓰는 걸 속상해했다.
이제 말까지 잃어가니 답답한 마음에 속상함이 더하다. 그래도 어쨌거나 또 적응해야 한다. 병원 계실 때 필담을 시도하다 포기했다. 손에 힘이 없어 글자 획을 겹쳐 쓰며 엄마는 "글자가 오그랑 망태기가 되었다"며 민망해하셨다. 잘 알아보지 못하니 속상해서 그럴 것이다.
엄마는 아직 시가 아니라 글자를 베껴 쓴다.
데이케어 안 가는 주말엔 나와 종일 집에서 지낸다. 밥 먹고 시간이 나면 시집을 베껴 쓴다. 오래 있지는 못하고 한 두세 편씩 써보게 한다. 다 쓰면 나에게 읽어보라고 내민다. 원문 없이 그대로 말이 되면 박수를 쳐드린다. 어떤 문장은 도저히 무슨 말인지 짐작이 안 되어 시집과 맞춰보면 엄마는 실망하는 기색이다. 내가 시를 먼저 외워놓아야 할까 보다. 어려운 엄마 글씨도 척척 읽어내서 기쁨을 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한글을 처음 배웠을 때 엄마는 큰소리로 책을 읽는 나를 대견해했다. 이제 나도 엄마가 베껴 쓴 시를 읽으며 엄마를 대견해한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노인 학생 한 명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 그래서 시인 할머니처럼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 어제저녁 또 역정 낸 거 미안해. 어릴 때 매일매일 그렇게 저지레를 하고 엄마에게 회초리 맞았는데 이제 엄마 저지레를 내가 야단치고 있네.’
‘세상 참!’
‘엄마 나 어릴 때 사람 되라고 회초리로 많이 때렸잖아, 그래서 이만큼이라도 사람 노릇하고 살지. 그러니 가끔 내가 역정 내도 아직 인간이 덜 돼서 그러려니 용서해야 해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