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도 업무분장해드려야지

엄마는 평생을 일하며 살았으면서도 아직도 뭔가를 하시려 한다

by 안경숙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할 일이 있을 때이다. 밥을 먹고도 그냥 일어나는 법이 없다. 밥그릇, 국그릇을 겹쳐 놓거나 반찬통 뚜껑이라도 닫으신다. 식탁 유리가 뿌옇게 되더라도 휴지로 식탁에 흘린 밥풀을 닦아낸다. 심지어는 식당에 가서도 다 먹은 그릇을 한편에 모아놓고 여기저기 흩어진 휴지까지 꽁꽁 뭉쳐 한 곳에 모아둔다. 설거지하기 좋게 하기 위함이다. 행주라도 주면 식당 식탁까지 닦아줄 기세다. 그래서 나는 엄마를 '무수리과'라고 부른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공주과'가 될 뿐이다.


몸이 아파 거동이 안 되면서 할 일에 더 집착하는 듯하다. 뭐든지 스스로 하려고 하다가 엎지르고 깨고 옷에 흘려서 바쁜 아침시간에 나를 열 받게 한다. 옷을 갈아입히고 준비가 끝난 상태에서 아침을 드셨는데 빈 그릇을 치우다가 남은 국물을 옷에 쏟아 버렸다. 출근 시간이 10분밖에 안 남았는데. 소리가 목구멍까지 튀어나오는 걸 입술을 꼭 다물고 참으며 옷을 다시 갈아입힌다. 엄마도 미안한지 머쓱한 표정으로 순순히 옷 입는 걸 최대한 협조한다.


일찍 준비가 끝난 날은 엄마가 뭔가를 하려고 하기 전에 일감을 얼른 드린다. 가장 안전한 작업이 빨래 개기이다. 매일 세탁기를 돌리다 보면 세탁기 안에 빨래를 넣어두고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널어놓은 빨래 갤 시간이 없어서 빨래걸이에 둔 채로 입을 옷만 가져다 입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런 일이 없어졌다. 엄마가 일거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시시때때로 빨래걸이에 걸린 옷을 다 말랐나 만져본다. "엄마 아직 안 말랐어요. 바싹 말라야 돼요." 하면 돌아서신다. 빨래 개는 시간을 정해뒀다. 등원 준비 끝내고 식사를 마치면 엄마를 소파에 앉으시라고 한다. 빨래를 걷어다 엄마 옆에 놓아두면 식구마다 구분해서 가지런히 개켜두고 욕실 수건은 반듯반듯하게 개서 따로 두신다. 그 사이에 나는 밥상 치우고 출근 준비를 초고속으로 끝낸다. 한결 질서가 잡혀간다.


엄마에게 적절한 업무분장을 하고 나니 가정에 안정이 오고 엄마의 마음도 한결 뿌듯해졌다. 역시 사람은 할 일이 있어야 해. 새로운 일거리 좀 개발해서 엄마의 만족도를 높여드려야겠다. 조직관리하는 거랑 이치가 똑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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