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는 꼭 금요일에 발생한다

응급상황 발생하면 나는 또 우왕좌왕

by 안경숙

신기하게 금요일 밤마다 난리를 한바탕 치르게 된다. 평일은 다음날 일찍 또 모두들 어디론가 가야 하니 긴장이 풀리지 않는데 금요일 밤은 다르다. 다음날 쉰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리고 맘이 푸근해진다. 그래서 늦게까지 있다가 밤중에 뭘 먹기도 하고 엄마도 늦게 간식을 드시는 경우가 있다. 평일에 요플레나 과일로 간단히 드시는데 금요일은 주말용으로 사놓은 빵이 있어 토스트를 했다. 쨈을 발라드리니 잘 드셨다. 엄마가 드시는 걸 보고는 나는 한쪽에 앉아 유튜브를 시청했다. 기분도 그렇고 해서 와인까지 한잔 따라서 마시며 여유를 부렸다.


그때 갑자기 엄마가 '켘켘'소리를 냈다. 고개를 들어보니 얼굴이 파랗게 되면서 팔다리를 뻣뻣이 뻗고 몸부림을 친다. 벌떡 일어나 엄마 입을 벌리니 입안에 식빵이 한가득이다. 손가락을 집어넣어 빼냈으나 여전히 몸은 뻣뻣하다. 엄마는 몸부림으로 의자에 엉덩이를 반쯤 걸치고 곧 미끄러져 떨어질 지경이다. 나는 다리로 엄마 몸을 지탱하고 한 손으로 입을 벌리고 손가락을 다시 집어넣어 목구멍에 막힌 덩어리를 끄집어내려 했다. 그때 엄마가 내 손가락을 꽉 물고 입을 벌리지 않는다. 손가락뼈가 부서지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아파 입을 억지로 벌렸으나 엄만 필사적으로 물고 있다. 한 손으로 입을 벌리고 손가락을 나사못 돌리 듯해서 억지로 빼냈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목 뒤와 등을 두드리며 일단 입안의 음식물은 다 빼냈으나 엄마는 숨을 가르릉 가르릉 하며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입에 물을 조금씩 넣고 뱉도록 했다. 몇 번을 헹구어내도 호흡은 그대로다.


병원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축 늘어진 사람을 혼자서는 움직일 수가 없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마침 집에 있었는지 바로 달려왔다. 겨우 옷을 입히고 현관 쪽으로 부축을 하고 가는데 엄마가 갑자기 '쿨룩'하고 기침을 했다. 그러더니 입에서 젖은 땅덩어리가 튀어나왔다. 엄마가 눈을 떴다. 병원을 가더라도 진정을 해야겠다 싶어서 거실 소파에 일단 엄마를 앉혔다. 등을 쓰다듬으며 가슴께를 두드리고 계속 물을 머금었다 뱉어내게 했다. 조금씩 정신이 드는 것 같다. 그 후로 여러 번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물 마시고 뱉어내고, 기침하고 뱉어내고 하면서 목에 걸린 찌꺼기를 나오게 했다.


온통 한바탕 난리 부르스를 추며 사태를 진정시키고 나자 엄마는 잠깐 침대에 누우셔서 까무룩 잠이 드셨다. 거의 한 달에 두어 번씩은 급한 상황이 생긴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늘 사태는 금요일에 벌어진다. 일주일을 규칙적 패턴에 맞춰 지내시다가 주말의 나른함에 취해 있을 때 몸은 반란을 일으킨다. 한 번씩 그럴 때마다 식겁하고 나서 더 조심스러워진다


수발이 조심스러워질 때마다 엄마의 활동반경은 좁아지고 드시는 음식에 금기사항도 생긴다. 그렇게 조금씩 위축되고 약해져 가는 것인가 보다. 이번 사태로 엄마에게 새로운 금지사항이 생겼다. 그 좋아하는 빵을 못 드실 것 같다. 불안해서 드릴 수가 없다. 우리는 웃으면서 "박경환 여사님 오늘부터 빵은 금지입니다. 빵 금지 여사님!"라며 농담을 했다. 당장 토요일에는 엄마가 싫어하시는 죽이 삼시세끼 주어졌으니 애처로울 뿐이다. 고구마도 핫도그도 못 먹고 뭘 드시나? 일요일 아침에는 밥을 드셨다. 김치찌개를 잘게 잘라드리고 물렁하게 삶은 양배추쌈을 드렸더니 한입 가득 쌈을 싸서 드신다. 그것도 걱정되어 내가 그릇을 홱 당겨놓고 조금씩 싸서 드렸다. 이제 혼자 식사하는 독립도 유지하기 어렵지 않나 싶다. 음식량에 대한 감각, 사물의 거리에 대한 감각이 조금씩 어려워지는 거 같다. 왜? 왜? 하며 닦달을 한 자신이 부끄럽다. 본인인들 이유를 알겠는가? 그런 사람을 두고 "나 힘들라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라며 애꿎은 패악을 부렸는데 눈치 보며 입을 닫은 엄마는 나로 하여금 엊저녁의 자신을 돌아보며 부끄러워하게 만든다.


잘 모르겠다. 어찌해야 할지. 어떤 게 최선인지.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큰 시련을 경험하지 않았다. 그저 그런 작고 사소한 어려움은 있었지만 죽을 것 같은 고통은 없었다. 엄마는 그런 순간들을 수없이 겪었을 텐데. 나에게 올 그 순간들을 엄마가 다 막아준 것 같다. 아이들이 갑자기 아파 병원에 둘러업고 갈 때도 엄마는 상황이 다 끝난 후 회사에 있는 나에게 전화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당연히 모든 것을 오롯이 엄마 혼자 감당했다. 엄마의 위기 상황이 닥칠 때면 나는 그 순간들을 상상한다. 엄마는 얼마나 막막했을까? 나는 남편도 부르고 아이들도 부르는데 엄마는 늘 혼자 그 모든 것을 겪어냈다.


토요일 밤은 밤새 일어났다 앉았다 하며 한 숨도 제대로 못 주무셨다. 숨쉬기가 답답하다는 증상은 전에도 가끔 있었는데 이번 일로 더 힘들어진 건 아닐까? 응급상황은 넘긴 것 같지만 폐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전에 수술할 때도 호흡에 어려움이 있어 늘 수술 끝나면 하루쯤은 중환자실에 머물러 자발 호흡 돌아올 때까지 관찰을 받곤 했다. 일단 인터넷으로 호흡기내과에 진료신청을 했다. 3주 후에나 예약이 잡힌다. 그래도 앞으로 계속 진료해야 할지 몰라 지정 진료를 택했다. 이렇게 또 진료과목이 하나 더 늘어나게 되는 건가? 정기진료과목이 5개째다. 하기야 이제 할 일중 가장 큰일이 병원 다니는 것이니 그러려니 하고 임해야지. 대수술이나 안 받으면 건강한 거라고 생각하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