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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Nov 15. 2019

전망 좋은 서재


집에서 내 자리는 엄마 방이 보이는 식탁이다.    

 

노트북을 놓고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엄마가 집에 계시는 날은 거기 앉아 수시로 엄마를 감시한다. 밤이 되면 내 방에 누워 귀를 기울여 엄마 방에서 나는 소리를 듣는다.      


엄마는 혼자 걷지 못한다. 보행기를 잡고 걷지만 직진밖에 못한다. 좌우로 방향전환을 하거나 문턱을 넘어서는 것은 엄마에게 벅찬 방해물이다. 여차하면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엄마는 가능하면 다른 식구 도움 없이 혼자 하려하고, 도움 받으며 잔소리 듣는걸 너무 싫어한다. 그래서 가끔은 식구들 몰래 화장실을 혼자 다녀온다. 이것저것 정리하고 싶어서 만지다가 휘청하기도 한다. 몇번 기회를 드렸으나 결과는 낙상으로 나타나니 이제 혼자하게 둘 수가 없다. 그때부터 내 자리는 식탁에 고정되었다.     


책이나 노트북을 보며 동시에 엄마 발을 살핀다. 두 다리를 꿈쩍거리며 일어서는 기색이 보이면 방으로 달려가서 도와드려야 한다. 비쩍 마른 종아리와 관절이 조금씩 뒤틀린 발을 보며 나는 엄마이야기를 쓴다. 어릴 때 철없이 즐거웠던 내 이야기도 쓰고 동네에 모르는 사람이 없던 '비단장사 골래댁'의 파란만장 인생스토리도 엮는다.      


침대발치로 삐져나온 엄마발이 전망이 되어버린 부엌 식탁 이 자리가 내 인생의 서재이다. 거기에 50년 살아온 동반자가 있고 앞으로 또 오십년 살아갈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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