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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Jun 24. 2019

살을 또 빼야한다니

다이어트 피티 기록을 시작하며

블로그를 하다보면 기록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처음 블로그를 하던 7년전, 1일 1포스팅을 목표로 정진하던 때가 있었다. 무슨 종교인도 아닌데 도를 닦는 심정으로 일상을 기록했다.

2010년에 난생 처음으로 다이어트라는 것을 해봤다. 6년동안 본부부서에서 꼼짝 않고 일하면서 살이 엄청 쪄버렸을 때였다. 평생 날씬하다는 소리는 못들었지만 그 전까지는 그래도 운동을 좋아해서 '덩치가 크다' 거나 '좋아보여요'정도였다. 그런데 비만단계로 들어서니 약한 무릎관절이 증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6개월에 10킬로 감량목표를 달성할 때 다이어리에 기록을 했었다. 하루종일 먹은 것과 움직인 것을 쓰니 자연스럽게 개조식 일기가 되었다. 큰 딸 수능공부와 함께 다이어트 일정을 잡아 시험전날 계체량을 재는 선수의 심정으로 온 가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몸무게를 쟀다. 작은 성공을 축하하며 수능시험 보는 딸에게 성공의 기운을 전해줬던 추억이었다.

2012년 블로그글을 보다가 2년만에 요요현상을 막으려고 100일 프로젝트로 음식줄이기, 걷기, 일지쓰기를 하며 열심히 노력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덕분에 체력도 유지하고 글쓰기 근력도 붙었다.

그 후 등산을 열심히 다녔는데 3년전에 산행중 무릎연골이 파열되었다. 그때부터 운동을 줄이면서 다시 살이 찌기 시작했다. 몸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회복탄력성이 있다. 움직이지 않고 먹으니 자연스레 체중이 불어나고 그 상태에 적응이 된다. 점점 익숙해지면서 죄책감이 사라지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시작한다. '원래 찌는 체질이야' '나이들면 등치가 좀 있어야 보기좋아' '잘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아' 등등.

이제 완벽하게 7년전으로 돌아갔다. 나이가 드니 체력은 그 전보다 현저하게 약해졌는데 몸은 무거우니 그 무게를 감당하는 것이 전보다 두 배는 어렵다. 무릎 아프다는 핑계로 운동을 안한탓도 있지만 건강악화의 한 원인으로 책 읽고 글쓰는 취미도 일조를 하였다. 직장을 다니며 집도 이것저것 챙겨야 하는데 책 읽고 글쓰는 짬을 내기가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운동시간을 줄이게 되었다. 책 읽는 재미에 여행도 시들해졌다. 그 결과는 만신창이의 몸으로 나타났다. 작가들이 체력단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 절실하게 와닿았다.

지난 주 동네 PT센터를 갔다. 스스로 안되니 남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다. 거금을 내고 30회를 등록했다. 첫 날 전면 거울에 비친 내 몸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코치는 내 몸 상태를 진단하고 트레이닝 계획을 설명했다. 주2회 운동으로 월2킬로그램씩 총13킬로그램의 감량목표를 제시했다. 비장한 각오로 동의하는 사인을 했다. 세상 맛도 없을 식단표도 받아왔다. 그 와중에도  즐거운 일을 상상하며 첫 주 운동을 시작했다. 즐거운 일이란 바로 글쓰기이다. 이제 또 내 몸을 재물로 글감을 찾았으니 열심히 기록해서 목표달성에 도움을 줘야지 생각하니 약간 우울해지던 기분이 밝아졌다.

개인PT라는 극약처방을 하면서 감량을 시작한 것은 엄마를 수발하며 체력강화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점점 몸의 마비가 진행되는 파킨슨병이다. 본인이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엄마는 어떻게든 많이 움직이려 애쓴다. 수발하는 사람이 힘들 정도로 앉았다, 일어났다를 수시로 하시기 때문에 그 때마다 보조해드리는 게 쉽지 않다. 더구나 내 몸이 무겁고 다리가 자유롭지 못하니 짜증이 날 때도 있다. 이렇게는 오래 못간다는 절박함이 나를 밀어붙였다.

60이 다 되어가지만 나는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여행도 하고, 이런 저런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도 몇 개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몸 때문에 제약을 받는다는 사실이 싫다. 엄마도 아픈 데 나까지 몸이 자유자재 하지 못한다면 끔찍할 것이다. 몸 가꾸기 이제 시작이다. 난 또 해낼 수 있다. 즐겁게 글쓰며 체중감량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기쁨을 다시 한 번 누려야겠다. 닭 가슴살로 뒤덮힌 식단표를 보니 즐겁다는 말은 어폐가 있지만 그래도 글로 쓰면 괴로움이 반으로 줄어들어 그다지 끔찍하지는 않다. 2주차 시작하는 월요일, 오늘 실천 사항은 사무실 가서 밀크커피 믹스를 모두 없애는 일이다. 내가 가장 즐기는 아침 밀크커피 한잔의 호사 없어지는 것이 아쉽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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