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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Jun 26. 2019

다이어트 6일차 치명적 장애물을 통과하다

다이어트에서 치명적 장애물은 회식이다. 식단표를 받은지 이틀만에 회사 직원 정년퇴임식 일정이 잡혔다. 장소는 치명적 유혹 뷔폐. 축하분위기를 흐트릴까 음식을 살짝살짝 먹고 맥주를 소주잔에 받아 마셨다. 아무리 노력해도 2시간의 축하연을 견디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현상을 예상하고 아침에 고구마 작은 거 2개, 계란 프라이 2개, 우유 1잔을 먹고, 점심에는 파프리카 하나, 오이 하나만 먹었다.하루의 칼로리 총량으로 맞추려는 노력을 했고 연회분위기도 적당히 맞춘 나 자신을 칭찬해줬다. 뷔폐 가서 배 뚜드리지 않고 나온 드문 경우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가시밭길이다. 오늘은 출판기념회날이다. 국민연금에서 하는 작가탄생 프로젝트에서 신중년들이 책 한권씩을 쓰고 자축하는 자리이다. 축하해주러 온 친구가 맛있는 리조또와 국물스파게티를 사줘서 맛나게 먹었다. 식단표에서 점심은 자유롭게 먹으라고 했으니 다행이다. 메밀국수집에서 먹었으면 훨씬 적은 칼로리로 맛나게 먹었겠지만 아쉽게도 대기줄이 길어서 포기했다. 서울책보고 옆 아파트 상가건물 지하에 딸랑 식당이 세개뿐인데 자리있는 집은 스파게티집 뿐이니 잠실사는 사람들이 다 다이어트중인가 의심했다. 하긴 몸무게 다이어트가 아니라 지갑 다이어트가 아닌지? 나중에 수갑산을 갈지라도 당장은 젤 비싼집에서 축하턱 잘 먹었다.

그런데 오늘은 다이어트 지옥의 여정이다. 저녁에 입사동기 퇴직축하 자리가 또 있었다. 여기는 더 비싼 양식집. 이름도 어려운 게살요리 뿌팟퐁커리부터 비프,새우,누들...접시들이 계속 들어온다. 둑이 터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조금씩 먹고 맥주도 딱 한잔으로 마감한다. 여기서도 티나지 않게 자제하며 먹는다. 그래봤자 날씬한 사람들이 '많이 먹는다' 할 정도의 양은 먹었다. 또 찻집도 갔는데 서로 돈내고 싶다고 승강이를 하며 들어간 비싼 찻집에서 과일빙수와 아포가또에 또 손을 대고 말았다. 과일이라고 위안을 하며 열숟갈은 먹은 거 같다. 건너편 날씬한 친구는 팥빙수를 한 두어번 맛보더니 배가 부르다며  좀처럼 빙수그릇에 가락을 안넣는다. 속으로 '저래야 되는데.'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내 기준으로는 부단히 노력한 하루다.

다이어트 초반에 지옥 코스를 맞이하면 '오늘까지 먹고 내일부터'로 도로아미타불이 되기 십상이다. 한참 지난 경우에는 지금까지 애써온 게 아쉬워 참을 수 있는데, 별로 한 게 없는 경우에는 포기하고 새로 시작하면 깔끔하고 쉽기 때문이다. 새 공책도 첫 장을 제대로 못 쓰면 부욱 찢고 새로 시작하지 않는가? 그래서 첫 고비를 잘 넘겨야 된다.

저녁 식후 집에 와서 엄마께 참외와 뻥튀기를 드리며 한 조각도 안 집어 먹고, 막내 오리고기 구워주며 침도 안 삼켰다.  다이어트의 좋은 효과중 하나는 작은 성공을 경험하는 것이다. 작은 성공은 자존감을 올려주는 효과가 있다. 살짝 배부른 걸 보니 제대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 잘 했다. 스스로 칭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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