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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Jun 27. 2019

현미밥 먹으며 세바시 강연을 꿈꾸다

드디어 현미밥을 해먹었다.

탄수화물 섭취를 위해 식단표에서 제시한 음식은 현미밥150그램, 고구마150그램,감자150그램, 바나나2개,사과한개 중 한 가지를 한 끼에 골라먹으면 된다. 모두 좋아하는 음식이라 먹기 괜찮다. 지금까지는 주로 흰 쌀밥만 먹었는데 오늘은 하루종일 불린 현미를 밥솥 밑에 앉히고 그위에 쌀을 얹어 밥을 했다.

엄마는 잡곡밥을 좋아하는데 나는 하얀쌀밥을 무지 좋아한다. 하얀 쌀밥을 고봉으로 푸고 고기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넣은 미역국을 끓이는 생일날 아침상 받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엄마는 못 살던 티낸다고 옛날 얘기 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그때 먹던 그 맛은 일생 다시는 못 느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입 껄끄러운 잡곡밥을 먹어야 한다. 그것도 건강을 위해서. 잡곡이 가격도 더 비싸다. 고객 무시하고 내 맘대로 식탁차리는 딸 때문에 잡곡밥 못 먹은 엄마의 식단도 바뀐다. 주말에 농협에 가서 엄마가 좋아하는 현미, 보리, 기장, 콩을 사왔다. 찰현미를 하루 푹 불렸다가 밥을 했더니 아주 맛있다. 이렇게 먹어 체중이 감량된다면 뭐 어려울 것도 없구만.

9년전 살뺄 때는 유태우박사의 '누구나 10kg을 뺄 수 있다'는 제목에 홀려 책을 읽고 '반식 다이어트'를 해서 성공한 기억이 있다. 훨씬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평소 먹던 음식을 그대로 먹는데 딱 절반만 먹는 방법이다. 한 숟갈만 먹으려고 떠왔다면 그것도 반만 먹으라는 것이다. 그 이론의 밑바탕에는 식욕을 조절하는 이치가 깔려있다.

마침 구내식당이 있을 때여서 실천하기가 딱 좋았다. 먹을만큼 퍼서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식판의 밥 중앙을 쫙 가른후 한 쪽만 먹는다. 그럼 아예 반만 푸지 그랬냐 할수도 있지만 식당에 딱 들어서 주걱을 들 때가 식욕이 고조로 올라가는 때라서 그 순간 먹고 싶은 양만큼 푼다. 본능이 지배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식판을 들고 식탁으로 가는 사이 이성이 작동한다. 이때 명확한 행동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본능을 따라가서 식판을 싹싹  비워버린다.

 명령을 내릴 때도 긍정적 비전이 있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매일 매일이 괴로움이다. 긍정적 비전을 세우고 그 비전에 따라 구체적 나의 모습을 상상한다. 나는 '세계속에 활약하는 연금인'이라는 비전을 세웠고 '55사이즈 입고 영어로 프레젠테이션  하기'라는 목표를 세웠다.

실제 10kg을 뺀다는 목표는 모호하다. 그래서 살빼서 뭘 하겠다는 자기에 대한 보상을 제시하면 좋다. 보상은 자기 성격에 맞는 것으로 정하면 좋은데 나는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니 '55사이즈 입고 영어로 프레젠테이션 하는 멋진 모습을 상상했다. 영어를 못하니 영어공부에 대한 욕심도 부려봤다. 밥 한끼 먹는데도 이런 거창한 목표를 세워야할 만큼 우리 몸은 본능의 지배를 받는다. 이길려면 달콤한 생각을 계속 뇌에 쏟아부어야 된다. 이건 뭐 검증된 이론이 있는지 모르지만 내가 그냥 느낀 것이다.

그래서  그때 어떻게 됐냐고? 결국 10kg감량 목표는 달성했고, 55사이즈에 영어는 아니지만, 66사이즈 입고 이사장님과 임원들 앞에서 한국말로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그 후에도 갓 입사한 규직원들 앞에서 멘토로서 강연도 했다.

현미밥 한 그릇 먹으며 PT3일차에 뭔 옛날 추억이냐 하겠지만 과거를 복기하며 그 때의 한 수 한 수를 다시 돌이켜보면서 새로운 성공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먼저 요요가 없는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단순 감량이 아니라 근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스스로 못하니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며,  또 글쓰기 역량도 향상시킬겸 구체적인 기록을 해야겠다 결심했다.

출근길에 당근 오이 파프리카를 간식으로 챙기며, 살빼면 멋진 책을 쓴 저자로서 세바시 강연을 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다. 이 꿈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세계의 연금인이 되어 66사이즈 입고 영어로 프레젠테이션하는 모습도 아직 은퇴가 몇년 남았으니 버리지 않고 계속 꿈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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