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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Jun 29. 2019

PT 4일차, 할 수 있을 때 더 열심히 하자

아침밥을 쌀, 찰보리, 기장,콩을 넣어 지었다. 새벽에 일어나 물에 불려놓고 잤더니 아침에 밥 짓기 아주 좋게 불었다. 아주 맛있는 밥이 되었다. 파와 파를 다져넣은 계란국과 함께 먹고 야채를 곁들였다. 이렇게 먹는 것에 공을 들이는 게 얼마만인가? 그동안 내 입에 들어가는 것을 품목도 모르고 먹었다. 그저 되는대로 때끼를 때우고 남들이 먹거리를 가지고 따지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먹기 위해 사는 거냐'며 한가한 놀음하는 사람들이라 치부했다.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뭐든 함부로 하면 반드시 뒷탈이 있다. 일만하고 집안을 안돌보면 언젠가 동티가 나고 반대로 개인적 이득만 챙기며 일을 설렁설렁하다가는 회사에서 짐짝 취급 받는다. 세상에 태어나 나에게 주어진 의무라면 최선을 다해 해내는게 맞다. 부모자식간처럼 선택이 불가능한 관계에서도 할 도리를 다해야 하는데 하물며 내 몸 섭생이나 내가 선택한 일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엄마를 돌보며 인생 이치 하나를 배우고, 망가진 내 몸 보수작업하며 새로운 이치 또 하나를 배운다. 엄마를 보면서 '고통총량의 법칙'을 알게 되었다. 젊은 시절 애 키울 때  엄마에게 맡기고 신나게 나 하고 싶은 만큼 맘놓고 일하고 또 직장에서 성취했다. 이제 아이들 다 키우고 자유롭게 훨훨 날아갈 은퇴를 앞두었는데 엄마가 아프다. 나는 하루도 자유롭게 훨훨 갈 수 없다. 생각하면 속상하지만 누구나 일생 받는 고통의 총량은 같다는 '고통 총량의 법칙'을 대입한다. 지금의 어려움은 내 젊은 시절 얼렁뚱땅 엄마에게 떠넘기고 육아의 어려움을 제대로 감당하지 않은 댓가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제대로 관리 못해 섭생과 훈련이 필요한 내 몸도 그 댓가를 치루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정성껏 훈련한다.

어제 직원 아버지의 상갓집에 다녀왔다. 80이 넘었고 삼년째 암투병중이었는데 아침 저녁 출퇴근길에 요양병원 가서 말 벗을 해드리고 반찬 챙겨드리던 55세 딸이 엄청 평펑 울었단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떠나면 아쉬운 것. 결론은 '할 수 있을 때 잘하자'이다. 상갓집 육개장은 원래 맛있는 데, 하얀 쌀밥을 말아 먹고 그래도 국물은 남겼다.


그 댓가라 생각하고 PT4일차 더 열심히 했다. 뒷허벅지 햄스트링과 앞 허벅지 대퇴사두근 강화운동을 집중적으로 했다. 강화운동이라 하지만 운동하는 사람 눈으로 보면 스트레칭 수준일거다. 코치는 다칠까봐 걱정하는 나를 안심시켜준다. 그래도 코치를 잘 만난 거 같다. 아들 뻘인데, 살쪄서 뚱뚱한 엄마가 땀 삐질 삐질 흘리며 애쓰는 거 보고 잔소리 하듯 가르친다. 딱딱한 목근육 풀라고 누워서 헬스롤에 문지를 때 좀 쉬는데 그 때는 아프다. 그래도 중간 중간 물 먹을 기회라도 주니 어딘가! 그 짬에 좀 쉰다. 한 시간 pt에 이리 쉬고 저리 쉬어 언제 운동하나 싶은 생각을 하다가도 꼭 시간이 중요한가?습관 만드는 게 중요하지! 하며 스스로 합리화를 한다. 아직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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