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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May 27. 2019

엄마의 밥상

완숙토마토를 한 상자 샀다. 엄마가 즐겨 드신다. 토마토를 썰어 설탕을 켜켜이 살살 뿌린후 한참을 두었다가 설탕이 녹아 토마토물이 바닥에 자박자박 고이면 드린다. 토마토를 다 먹고 달콤한 토마토 설탕물 마시는 걸 유독 좋아하신다. 설탕이 몸에 안좋다하지만 아직 고혈압도 당뇨도 없으니 행복하게 드실 때 맘껏 드린다. 그래봤자 하루 토마토 한 두개니 드실만하다 싶어서 이틀에 한 번은 드린다.

엄마 식사뿐 아니라 우리집 밥상은 언제나 '저 푸른 초원'이었다. 아이들 어릴 때도 엄마는 고기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밖에 안해줬다. 라면은 한 달에 한 번으로 제한하고 늘 천연밥상을 차려줬다. 간식도 김치 부침개, 만두를 직접해주셨고 인스턴트는 거의 취급을 안했다. 그래도 골목시장을 갈 때는 좋아하는 닭꼬치며 오뎅, 뽑기를 사달라하면 기꺼이 허락해서 아이들을 행복하게 했다.

대장암 수술을 받고 나서는 자극적 음식을 삼가고 있지만 엄마는 싱겁고 들척지근한 음식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병원 계시는 동안 가보면 맛도 없어 보이는 반찬에도 불구하고 밥그릇을 꼬박 꼬박 비우셨다. 퇴원하고 싶은 열망때문 이었으리라. 주문하신 것은 오직 김치밖에 없어서 매주 한 통씩 갖다 드리면 일주일동안 통을 싹 비우셨다. 퇴원해서 집에 왔으나 요리 솜씨 없는 딸한테 뭐 제대로 받아드시겠는가? 그저 고추, 상추, 나물쌈, 된장찌게, 김치찌게 등 조리가 필요 없거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 주 메뉴다. 그래도 아삭이 고추와 오이만으로도 한 끼 맛나게 드시는 엄마가 너무 고맙다.

"엄마가 평생해준 밥 받아만 먹고 이렇게 건강하게 살았네. 엄마도 내가 해준 밥 먹고 오래 오래 잘 버텨야 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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