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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Jul 17. 2019

평생 홀대받은 내 몸 챙기기

평생 먹거리를 챙겨본 적이 없다가 다이어트를 하면서 매일 매 끼 먹는 것을 챙긴다. 오랜동안 내 몸은 한 번도 제대로 관리를 받지 못했으니 주인 잘못 만나 평생고생인 셈이다.

어린 시절에는 모두가 가난했으니 못 먹고 살아도 당연하게 생각했다. 가난할수록 영양불균형이 심해 그 시절에는 팔다리는 삐쩍 마르고 배만 볼록 나온 아이들이 많았다. 많이 먹어 영양과잉으로 전체적으로 뚱뚱해진 몸과는 다르다. 배가 고프면 뱃가죽이 등에 붙었다는 말이 정말 실감날 때가 많았다. 그렇게 자란 친구들은 지금은 다 탄탄하고 건강한 몸을 가졌다. 농사일에 공장일에 단련되어 거무스름한 피부에 힘도 좋다. 그래도 나이는 못속이는지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가보면 다들 인격배가 상당히 나왔다. 고기 먹고 술마시고 나온 배를 집어넣으려 열심히 골프채를 휘두른다.

나의 비만은 역사가 오래다. 중학교때 읍내에서 자취할 때 생긴 증상이다. 끼니를 제대로 챙겨먹지 않고 주로 학교앞 분식집을 이용하고 집에서도 간편한 라면을 즐겨먹었다. 지금처럼 뚱뚱하지는 않았지만 덩치 큰 아이란 소리는 들었다. 그런데 그 때 키가 지금과 비슷하고 몸은 가로로 늘어나서 지금 모습이 되었다. 대학 4학년 취업준비할 때 저절로 살이 좀 빠졌었고 결혼식을 앞둔 때 덜 먹어서 조금 빠진 적이 있다.

8년전에 다이어트를 해서 10kg을 뺄 때 반식 다이어트를 한 적이 있었다. 내용물은 상관없이 먹던 거에 무조건 반을 먹었다. 그리고 가능하면 끼니를 때우는 식으로 섭취량을 줄였었다. 그리고 걷기를 많이 해서 살이 빠졌다. 어쨌든 덜먹고 많이 움직인다는 이치를 실천하니 살이 빠졌다.

지금은 비만단계가 높아졌고 몸이 노화되는 시기가 되어 막무가내로 살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려 개인 PT를 신청했다. 근력강화 운동을 하며 식단조절을 하는데 영양 균형을 맞춰 먹는다. 노후에 오랫동안 책 읽고 글쓰는 삶을 살려면 지금 몸관리를 해놓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판단했다. 많지는 않겠지만 강의의 기회도 올텐데 관리되지 않은 몸으로 연단에 서고 싶지는 않다.

닭가슴살에는 같은 무게 안에 다른 음식보다 훨씬 많은 단백질이 들어 있다고 해서 다이어트 주식으로 먹는다. 그전에는 퍽퍽한 닭고기는 아주 싫어해서 먹어본적이 없다. 통닭을 시키거나 백숙을 먹어도 닭다리만 먹었다. 애초에 닭고기 자체를 싫어해 잘 안먹었다. 지금은 평생 먹은 닭보다 더 많은 닭고기를 먹어치우고 있다. 닭고기 전문 사이트에 구매주문을 했더니 큰 아이스박스로 가득 닭고기가 왔다. 나 때문에 닭고기 못 얻어먹던 엄마와 막내도 닭가슴살을 즐겨 먹는다. 온 집안이 닭 천지가 되었다.

영양균형을 생각하며 매 끼 주의해서 식사를 하니 이 또한 의외로 즐겁다. 고루 먹으면 몸무게는 빨리 줄지 않는다. 서서히 조금씩 빠지겠지. 그래도 좋은 건 '절제의 미'랄까! 평생 고생한 내 몸을 위해 마지막으로 바치는 헌신이라고 생각하고 투자한다. 아직 얼굴 가꾸기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여력이 되면 평생 피부관리, 화장도 제대로 안해준 주인 때문에 어둠에서 숨죽였을 내 얼굴도 고개 빳빳이 들고 다니게 해주고 싶네. 다만 지금도 시간이 아까워 전전긍긍하는데 거기까지 여력이 미칠까 의문이긴하다. 어쨌든 요지경인 세상에 그래도 재미를 찾다보니 소소하게 즐거움이 있다. 살만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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