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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Jul 18. 2019

날씬하고 멋진 사람들이 부러워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인데 점심 시간인지 유니폼 입은 여직원들이 지나간다. 더운 날씨에 몸에 꼭 맞는 옷 입는 것도 피곤할 텐데 색상이나 스타일도 별로다. 아래 위 색깔이 볼수록 답답하다. 어느 직장인지 정말 리더가 무심한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입사했을 때 여직원만 유니폼이 있었다. 남녀차별에 한창 민감하던 시기여서 여직원만 입는 것도 불만이었는데 실상 우리의 내심으로는 색깔과 디자인이 꽝이라는데 더 거부감이 들었다. '인디언 핑크'라는 진분홍색 투피스인데 윗도리가 짧고 스커트는 앞주름 두개가 있어서 몸매를 평가절하 시키는 디자인이었다. 날씬한 사람은 몸매가 별로 드러나지 않으며 뚱뚱한 사람은 확 드러나는 형태로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우리는 연판장을 돌리고 경영진에 항의하며 유니폼을 거부했다. 나는 유니폼이 취소된 것을 아주 반겼다. 아랫배 노출을 면했으니 말이다.

살이 찌면서 늘 헐렁한 옷을 입게 된다. 불룩불룩 나온 신체를 드러내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뭔가 모르게 게으르고 자기 관리가 안된다는 인상을 주니 싫었다. 살찌는 사람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나는 좀 게으르다. 일도 미루는 습성이 있다. 편하게 생각하는 성격이라 몸도 적응하는 모양이다.

PT를 다니며 몸에 맞는 운동복을 입으니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못생긴게 어디있어 각자 개성이지!'라고 말하지만 사회적 인간은 그 범주에서 평균적으로 정의하는 미의 기준에 구속된다. 보편적으로 눈은 크고 시원시원한 게 좋고 허리는 잘록한 게 좋으며 키도 큰 게 좋다.

애써 부정하지 않고 조금 더 예뻐지려 노력하고 조금 더 날씬해지면 좋겠다 생각한다. 싼값에 아무데서나 세련되고 맞는 사이즈의 옷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불룩불룩한 배를 감추기위해 티셔츠 앞자락을 끌어댕기지 않으면 좋겠고, 고무줄 들어간 바지 안 입고 싶다. 생긴 얼굴이야 부모님 물려주신대로 살지만 가꾸면 달라지는 몸을 평생토록 방치했으니 나도 참 게을렀다는 생각이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지만 몸매도 보기 좋게 바뀌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유니폼 입은 여직원들은 다 날씬하구만 멋진 옷 맘껏 입고 근무하게 해주던가 좀 멋진 유니폼을 해주던가 했으면 좋으련만. 생각하는대로 보인다고, 멋진 사람들만 부러워하고 있는데 코치의 한마디가 폐부를 찌른다. "말만 하지 마시고 운동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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