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면 내시경과 바보들의 대화
아이는 나에게 때때로 물었다.
"아빠! 할아버지 아직도 보고 싶어?"
"그럼~"
"나는 절대 안 울 거야!!"
"응??"
"아빠 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울었잖아!"
"응. 그래 너는 울지마~"
내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렸던것이 아이에게 강한 인상으로 남았던거 같다.
내심 서운했지만 자녀가 너무 슬퍼하는 것보다는 평소에 좋은 관계를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시간이 흘러,
바로 어제 11월 11일 빼빼로데이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겅검진이 있는 날이었다.
매년 건강검진을 하는데 항상 잊고 있다가 마감월인 11월이 되어서야 급하게 하게 된다.
나에게는 하나의 자부심이 있다.
그것은 위내시경을 비수면으로 받는다는 것!! 하하하하
별것도 아니지만 내시경을 비수면으로 받는다고 할 때 주변인들의 존경심 그리고 측은심(?)이 섞인 반응이 재미있다.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근데 사실할 때마다 후회스럽고 하지만 이것이 1년이 지나면 사그라져서 계속 비수면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이다.
어제 위내시경을 하기 위해 침대에 누워서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이윽고 그것은 내 입을 통해 뱃속을 휘젓고 다녔다. 꾸엑 우엑 ㅠ 위기의 순간을 넘기고 편안함이 찾아왔을 때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워치를 통해 전화를 알고 난 내시경검사를 하면서 두 번의 거절을 했다.
하지만 포기할 녀석이 아니었다.
세 번째 나는 통화를 눌러서
"앙ㄴ랄ㄴ아ㅣㄴ아 병원이야아ㅡㄹㄴ아ㅣㅡㄴㄹ아"
"통화하시면 안 됩니다!!"
그래서 다시 통화를 종료했다.
모든 검사가 끝나고 병원에서 있는 모습을 셀카로 찍어 아이에게 전송했다
"아빠 병원이야"
"왜?"
잠시 후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병원 왜 갔어?
질문을 듣고 나도 모르게 장난기가 발동했다.
"어~ 아빠 아파서 병원 갔는데 막 뱃속에 뭐 넣어서 검사했어"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아빠 오래 못 살 거 같아. 괜찮지?"
".."
"거짓말이지? 엄마한테 물어볼 거야!"
"응. 물어봐"
"...."
"으아아앙"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그래서 바로 장난이라고 말을 해줬지만 아이의 눈물을 쉽게 그치지 않았다.
내가 죽어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겠다는 아이가 쉽게 속아서 눈물을 흘리다니..
그럼 그렇지.. 그동안의 서운함이 씻겨 내려가면서 입가엔 미소를 머금는다.
그날 저녁,
"너는 바보구나? 아빠밖에 모르는 바보?"
"아닌데? 바보 아닌데?
"아빠는 바보야. 딸 바보"
"인정"
건강관리를 잘해서 오래오래 살아야겠다.
그리고 다음에는 수면으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