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이 도전이다
퇴사는 도전일까? 대부분의 경우 그렇다고 답했던 것 같다. 반복되는 직장생활은 도전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다. 박차고 나가는 것만이 도전적이라고 여겼었다. 그런데 요즘은 이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도전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1.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걺.
2. 어려운 성취나 기록 경신 따위에 맞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출근이 도전이다
어려운 일에 맞서는 것. 그게 도전이라면 사실 출근 그 자체가 도전이다. 평범한 하루.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야하고, 사람이 가득한 지하철에 몸을 비집고 들어가고, 말이 안통하는 상사와 한 공간에서 8시간씩 함께하고, 좌충우돌 그날 그날의 업무관련 변수에 대응하고, 그렇게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 이런 것들을 그만하고 싶은 마음, 포기하고 싶은 마음, 귀찮은 마음을 다 억누르고 하루를 다시 수행해 나가는 일. 2000일이 넘는 출근이, 성취이자 기록이다. 이게 도전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올림픽 선수가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대단한 도전이 맞다. 그렇지만 그 순간만 도전라고 할 순 없을거다. 대회에 서기 위해 수없이 많은 날들을 싸워왔을 시간들이 다 도전에 포함된다. 쉬고싶은 마음, 포기하고싶은 마음, 하루만 나태해지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노력하는, 그 반복되는 매일이 진정한 도전이 아닐까.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섞이는 곳, 상대의 상식과 나의 상식이 다를 때 이를 맞춰가며 소통해야 한다. 인사발령으로 전혀 다른 업무에 배치 받았을 때는 생전 처음하는 일도 능숙하게 배워 대응해야 한다. 직급과 위치에 맞게 적당한 눈치를 갖추고 사회생활을 해야한다. 내 조직이 더 좋은 곳이 되기를 바라며 비판하는 시각을 갖고, 적당한 애정을 가져야 하되, 또 너무 매몰되지 않도록 또 그 경계를 잘 알아야한다. 한마디로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직장에서의 하루하루는 이렇게 어려운 성취나 기록을 만들어가는 ‘도전’의 과정이다.
도전을 그만둘 준비
이런 관점에서 보면 퇴사는 도전을 그만두는 것과도 같다. 정면으로 맞서 싸우기를 그만두고 한발짝 물러나는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회사를 나간다고 생각하면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나 보다. 때로는 참고 버티기도하고 때로는 즐기면서 멋지게 뽐내고 싶었던 나의 도전기를 스스로 접는다는건 어떤 상황에서든 유쾌하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