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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l 15. 2022

마음도 PT(Personal Training)가 필요해

보통 사람의 정신 상담


나의 심리상담 장기전, 

그 출발선에서





내 주변에는 유독 상담을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상담을 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고, 오히려 호기심이 컸다. 정신과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상담을 하는 경우도 있고, 심리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아무래도 상담센터에 가는 경우가 더 흔했다. 심리적인 진입장벽이 낮고, 직장인들 같은 경우 회사에서 비용 지원을 해줘서 그런 것 같다.



멘탈PT 다닌다



주기적으로 상담을 간다는 친구가 한 말이다. '멘탈PT'라니, 이렇게 표현하니 정말 달리 보인다. 헬스 혹은 필라테스에서의 PT(Personal Training)가 몸 건강을 위한 거라면 상담은 마음 건강을 위한 거다.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으면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적어지고, 의지도 더욱 다잡아지며, 운동 효과도 더 커진다. 다만 그 비용이 걱정되어서 마음껏 하지는 못할 뿐. 심리상담도 딱 그 정도인 것 같다. 별스러운 게 있는 게 아니고 내가 좀 더 건강해지고, 덜 다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심리상담이 PT라고 하면, 결국 중요한 건 '나' 자신의 '의지'다. 운동 PT도 결국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체력과 몸매가 달라진다. 트레이너와 함께 일주일에 1시간 고강도 운동을 한다고 해서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나머지 요일에도 혼자 나가서 근력운동하고, 유산소를 병행해줘야 한다. 심리상담도 전지전능한 해결책이 아니다. 결국엔 주체자인 내가 잘해야 한다. 



심리상담 한번 가볼까?



내 인생에 큰 시련은 없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대부분 행복하고 가끔 우울하다. 상당히 독립적이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고, 우유부단 하지만 고집이 센, 서울에서 자취하는 1인 가구 직장인이었다. 누군가한테 큰 상처를 줄 일도 별로 없거니와, 나에게 딱히 상처를 주는 사람도 없는 평범한 일상이랄까. 그리고 약간의 시련이 찾아왔을 때는 제법 빠른 회복력으로 극복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그냥 상담 한 번 가보기로 했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올로 코엘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중학생 때 읽었던 책이라 자세한 내용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정상'이라는 편리한 구분은 소위 '정상'끼리 규정한 것인데, '이건 진리라기보다는 일종에 믿음에 가까운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누구나 정상일 수도 있고, 비정상일 수도 있다. 대부분 '정상' 범주라 하더라도 일부 '비정상'인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스스로 '난 멀쩡하다', '회복력이 좋다', '멘탈이 튼튼하다'라고 믿지만,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어느 날 문득 들었다. 



 심리상담 장기전의 시작



상담센터를 처음 방문한 날, 본격적인 상담에 앞서 이런저런 사전 정보를 적었다. 현재 나의 마음 상태나 내가 처한 환경, 가족관계, 부모형제의 성향 등을 적었던 것 같다. 스윽 대충 봐도 '내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내용들 같았다. [금쪽같은 내 새끼] 프로그램을 보니 성장 환경, 가족 관계가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는데 매우 유익한 자료가 되는걸 자주 봤다. 그래서인지 '인적사항'을 적으면서 상담 선생님이 나를 쉽게 간파하는 건 아닐까 예상하며 걱정했다. 상담받으러 와서도 이런저런 걱정을 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나는 N이 맞는 것 같았다. (내 MBTI는 ENTP와 INTP의 경계에 있다)



당시 나는 지방발령이라는 회사 이슈로 여러 가지 불안할게 많았던 시기였다. 열심히 꾸며놓은 집에서 3달 만에 이사를 나가야 했고, 친구 한 명 없는 동네에서 일을 해야 했다. 좋아하던 일을 못하게 됐고, 말이 안 통하는 상사 때문에 괴로워했다. 내가 애착을 갖고 있던 많은 것들이 한순간에 무기력하게 빼앗긴 기분이 들었다. 괜히 억울하고 화가 났다. 생에 첫 상담은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이것 또한 지나가는 감정이겠지, 차차 익숙해지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상담도 한두 번 가다가 그만둘 줄 알았는데, 어느덧 3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처음엔 긴가민가했지만 이제는 이 시간이 유익하다는 생각이 확실해졌다. 그래서 아직 끝나지 않은 나의 상담 장기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기록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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