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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 Jun 29. 2022

퇴직금이 사라졌다

주식으로 퇴직금을 날렸어요. 퇴직금은 아직 투자도 안 했는데

퇴직연금 계좌 증권사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받은 퇴직금이 아직 ‘현금성 자산’으로 있다는 거다. 수익률은 1.75%라고 말이다. 이전에도 문자가 한번 온 적이 있다. 현금성 자산 100%이니 무언가에 투자를 하라는 뜻이었다. 현금성 자산은 수익률이 낮으니 이대로 오래 두면 퇴직금 운용 수익률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올해 5월 16일 자로 퇴사했다. 그 후 지난 한 달간 한국 주식시장은 폭락했다. 등락에 차이는 있겠지만 거의 모든 종목들이 폭락했다. 연일 '신저점' 알람이 울렸다. 오늘은 네이버, 카카오 다음날은 삼전, 신저점 그리고 또 신저점. 



직장 생활 월급의 거의 전부가 주식 계좌에 있다. 
어제자 주식 손실은 거의 퇴직금과 맞먹었다. 



내가 위험하게 투자한 걸까? 딱히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자산 배분 원칙도 나름의 기준 안에서 지켜왔다. 대부분 ETF로 매수했기에 어느 특정 종목에 치우치지도 않았고, 종목으로 산 경우에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네이버, 카카오 등 누가 들어도 알만한 우량주였다. 개인적 선호가 들어간 섹터/종목이라면 미디어 엔터, 럭셔리(명품기업) 정도가 있다. 폭락이 올 때에 대비해서 항상 현금 비중도 유지해 왔다.

 


작년 한 해는 남들이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지독히도 자주 듣는 시기였다. 누구는 코인으로 몇억을, 누구는 주식으로 몇 배를 벌었다는 이야기가 일상이었다. 나는 '그만큼 벌지는 못하더라도 언젠가 크게 잃지도 않으리라' 위로하며 우량주 위주 + 현금비중 유지 원칙을 지키며 장기 투자해왔다. 그런데 웬걸? 지난 한 달 동안에는 우량주들이 코인을 비웃듯 폭락했다.



남들 벌 때 못 벌었으면 잃을 때는 좀 덜 잃어야 하는 게 아닌가?



어제 코스피는 2366 코스닥은 714 포인트로 마감했다. '여기가 저점인가', '이게 바닥인가', '이제 진짜 지옥의 끝인가', '지하실은 여기까지인가'. 제대로 된 희망고문도 없이 연일 지루하게 하락하다가, 어제 코스닥은 4%가량 하락했다. 내일은 반대매매가 쏟아질 거라는 뉴스를 봤다. 코스피는 3300, 코스닥은 1000까지 갔다가 이만큼 하락했다. 시장 수익률 자체가 30%가량 떨어진 거다.



위로를 찾자면, 나에게는 아직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현금'이 있다. 물론 대폭락 장에서 주식을 더 산다는 게 선뜻 내키지가 않아서 추격매수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못하는 것과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의 차이는 마음가짐을 다르게 만든다. 지금은 괜찮은 주식을 비교적 싼값에 매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못 샀던 좋은 기업의 주식들을 사볼 수 있지 않을까? (안 살 수도 있고...)



그리고 나는 빚이 없다. 매달 내야 할 이자가 없고, 빚투가 아니기에 조급하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가가 돌아오겠지 기도해 볼 수도 있다. 당장 주식을 다 현금화할 필요가 없으니, 나한테는 (추가 매수할 수 있는) 돈과 (하락장을 버틸) 시간, 둘 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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