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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여행 준비 기록 - 2

by Alle

좋았던 기억과 안 좋았던 기억을 교차해보니 숙소에서 중요한 키워드가 정해지는 것 같다.

- 조용함

- 숙소의 하드웨어가 좋음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면 고급스러움)

- 청결함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면 신축)


다만 위 조건들은 만족스러운 숙소 경험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나의 숙소 경험은 재화에 빗대어 말하면 필수재와 사치재적인 요소로 나뉘는데, 다시 말하면 불쾌하지 않기 위한 조건과 만족스럽기 위한 조건이 다르다는 의미이다.


로비나 식당이 시끄럽고 정신 없거나, 객실 간 방음이 잘 안된다거나, 벽이 얇아서 거리 소음이 여과 없이 들린다거나, 안 좋은 냄새가 난다거나 수북한 먼지나 이물질이 있는 것은 불쾌함의 영역이다. 반대로 객실과 건물의 인테리어나 익스테리어가 멋지고, 곳곳에서 과하지 않은 향기가 나며 외출했다가 돌아왔을 때 턴다운 서비스와 과일이 놓여져 있다든가, 부대시설 경험이 편리하고 조식당이 쾌적하고 음식이 맛있다든가 하는 점은 만족의 영역이다.


내가 숙소를 예약하면서 반드시 챙겨야 할 부분은 이 불쾌의 영역으로부터 안전하게 벗어나있는 숙소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이를 확신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한다.

- 구글 지도와 호텔 예약 사이트들에서 원하는 지역의 호텔을 검색하여 리뷰 평점으로 필터링한다.

- 리뷰의 개수가 너무 적으면 신빙성이 부족하므로 100여개 이상의 리뷰가 있고 4.5점 이상의 평점을 받은 곳만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족한 숙소라면 나에게도 그럴 확률이 높을 거라는 기대가 있는 것이다. 4.0도 충분히 높은 평점이지만 굳이 4.5를 적용하는 이유는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함이다.

- 평점 기준을 통과하면 리뷰들의 상세 내용을 살핀다. 전부 다 확인할 수는 없으니 제일 낮은 평점순으로 보기를 선택하여 내가 염려하는 부분이 있는지 체크한다. 구글 리뷰에서는 리뷰 내 검색이 가능하므로 'noise' 같은 키워드로 검색해본다.


그러고 나서 가격 필터링이 들어간다. 가격대가 많이 높은 호텔들은 당연히 이 조건들을 만족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내가 지불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이 조건들을 충족하는지까지 살펴보면 선택지가 많이 적어진다.


그 다음은 이제 취향과 만족의 영역이다. 기왕이면 수영장이 넓고 조경이 예뻤으면 좋겠고, 호텔 로비가 크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면 좋겠으며 기왕이면 조식이 맛있으면 하고 숙소가 위치한 곳이 나에게 매력적인 지역이면 좋겠다. 교통의 편리성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주변에 좋은 카페나 공원, 걸을 만한 거리가 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나는 위치적인 면에서는 강남에 있는 호텔보다 광화문에 있는 호텔이 더 좋다. 청계천을 걷거나 대형서점에 가는 일이 좋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름의 기준을 세우더라도 여전히 숙소를 결정하는 일은 까다롭고 얼마간의 위험부담이 있다. 마치 이직할 회사를 알아보는 것과 비슷하다. 아무리 잡플래닛 리뷰나 블라인드 글을 참고해도 실제로 입사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필요조건을 잘 충족하는지 리뷰를 보고 예약하더라도 실제로 가보면 리뷰에는 없었던 점이 있을 수도 있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여행가는 경우에는 숙소가 위치한 곳이 매력적인지 어쩐지 알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가야 하니까. 나만의 모호한 기준과 상상에 기대서 예약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태국에 대략 2주 간을 머물기로 했으니 어떤 지역을 며칠씩 묵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여기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무 자르듯 대충 나눠본다. 방콕 3박, 끄라비 5박, 치앙마이 7박, 치앙라이 1박. 벌써 크나큰 지출이 예상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코로나가 터졌듯 인생이 어떻게 될 줄 알겠는가. 놀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놀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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