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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나 May 10. 2021

<여자와 군대> ep.05



군부대에서는 유독 괴담이 많다.

전쟁 때 여기서 사람이 많이 죽었고, 그래서 가끔 귀신이 출몰한다는 그런 이야기.



훈련장비들도 1950-60년대 때 제작된 것들이 있어서 쓰다 보면 을씨년스러운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내가 훈련소 때 보급받던 수통은 60년대에 제작된 수통으로 낡고 찌그러져있었음)



나는 기독교인이기에 귀신, 악한 영의 존재를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 보고들은 적은 없어서 딱히 생각하며 살지는 않았다.



내가 임관하고 처음 부임했던 부대는 정말로 다 쓰러져가는 곳 같았다.

건물이 낡아서 다시 짓느라 병사들은 컨테이너 생활을 하고 있었고, 직접 판자들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공포스럽게 생긴 창고에는 잡다한 기구들이 들어있었다(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내가 전입오기 한 달 전 이곳에서 스스로 목을 매어 죽은 병사가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근처에 축사가 있는지, 파리가 건물 곳곳의 끈끈이에 새까맣게 붙어있었다. 당직근무 설 때는 밤새 100마리도 잡아본 적 있을 정도로 많았다고 하면 믿어질까.


설상가상으로 독신자 숙소는 울타리와 빈 건물만 남아있는 비어있는 폐부대 안에 있었고, 숙소를 가려면 폐부대 한가운데 있던 무연고 묘지(연고 없는 무덤)를 지나가야 했다. 야근이라도 하는 날엔 숙소 들어가는 길이 어찌나 무섭던지 지금의 남편에게 꼭 전화를 하면서 귀가를 하곤 했다.




처음 겪은 사건은 노크였다.


숙소는 원룸이었는데 북향이어서 항상 그늘져있었다. 창 밖을 내다보면 바로 아래 물이 흐르고 있었고, 맞은편 빈 건물의 깨진 창이 보이는 위치였다. 대낮에도 으스스한 분위기를 내는 곳이었단 얘기.

처음 며칠은 무서운 기분에 거의 밤잠을 설치곤 했는데, 그 방에 머문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을 때 "똑똑똑" 세 번 노크소리가 들렸다.


바로 위에서.


숙소 건물은 2층짜리 건물이었고, 내 방은 2층이었다. 그러니까 내 윗집은 없는 거였는데 노크소리가 들린 거다.


순간 사태 파악을 못하고 뭐지? 하고 위를 쳐다보곤 오소소 소름이 돋아 신발을 신지도 못하고 뛰쳐나와 맞은편 선임의 방으로 쳐들어갔다. 그리고는 숙소가 다른 신식 건물로 옮겨지기 직전까지 그 선임의 방에서 함께 살게 되었다.


대체 뭐였을까.



두 번째 사건은 사격 소리였다.

처음 부대에 발령받은 초급간부들은 병사들의 고충을 알아야 한다는 작전장교님의 말에 따라 야간에 탄약고 근무를 서게 되었다.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병사 한 명과 2인 1조로 근무를 서는 도중에 저 멀리서

타다당- 타다당-​


하는 사격 소리가 들렸다.
참고로 야간사격은 그런 새벽 시간에 하지 않는다. 늦어도 9시 이전에는 끝나게 되어있었고, 사격을 하더라도

탕- 탕- ​

하는 단발 사격을 한다. 세발을 연달아 쏘는 점사 사격은 쓰지 않는데.

게다가 사격을 하면 인근 주변의 부대들에게 훈련내용을 공유를 하는데,
근무가 투입될 때 그런 내용을 전달받지 못한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같이 근무하던 병사에게 물었다.


"이 시간에 사격을 한다고..?"

"소대장님, 이 시간이면 저 사격 소리가 매일 들립니다.. 저도 좀 무섭습니다."​


우리 부대가 예전 휴전선 부근이라 전쟁이 치열했고, 그래서 그런가 보다ㅡ라는 내용이 병사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여주었다.


근무교대가 끝나고 탄을 반납하러 지휘통제실에 가서 물어봤지만
인근 부대 중에 사격하는 곳은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세 번째는 박수무당 사건이다.

당직사령을 서게 되면서 부대 전체 순찰도 하게 되었는데, 순찰은 꼭 저녁에 한번, 새벽에 한 번을 돌아야 했다.

가로등도 없었고, 오로지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순찰을 도는데 담 중간에 열 수 있도록 만든 간이 문에 어떤 남자가 딱 붙어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놀란 나는 비명을 질렀고, 깜깜해서 앞에 있는지도 몰랐던 비둘기는 내 소리에 놀라 푸드덕 날아올랐다. 같이 순찰하던 병사는 혼비백산해서 저만큼 도망가있고.

아주 난리법석이었다.


정신없이 빠져나오고 나서 나중에 주변에 물어보니, 우리 부대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박수무당집이 붙어있는데 그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말을 같이 있던 병사가 해주었다.

대체 왜 그 새벽에 우리를 훔쳐보고 있었을까, 아직도 소름 돋는 의문이다.


으 무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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