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몸의 주인일까?

느끼지만 알 수 없는 신체와 불완전한 통제에 관하여

by 알레로그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 미러의 에피소드 〈블랙 뮤지엄〉에서 환자의 고통을 실시간으로 ‘공유’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등장한다.

한 의사는 그것을 착용하고 응급실을 누비며, 환자가 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통증을 정확히 체험하고 즉각적인 진단을 내리는 장면은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는 기술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문득, 얼마 전 겪었던 원인 모를 흉통이 떠올랐다.

며칠간 이어지던 통증은 뚜렷한 계기도, 해소법도 없이 내 일상을 방해했다. 자세를 엎드리거나 힘을 주면 아픈 감각이 느껴졌지만 정확히 어느 부분이 이상이 있는지 이를 위해서 어떤 병원을 방문해야 할지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았을 때 흉통의 원인으로는 주로 협심증이나 역류성 식도염을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병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졌다.


결국 내과에 방문하여 진단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의 처음 몇 가지 질문은 인터넷에서 봤던 협심증이나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하는 질문 들이었고 내 통증은 그런 통증과는 거리가 멀다는 답변을 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진단받은 원인은 ‘근육통’이었는데, 진단 당시에는 다른 부위의 근육통과 느껴지는 감각이 달라 다소 의심이 되었지만, 약을 처방받아 복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이 사그라들었다.

현재 나아지기는 했지만, '나는 왜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몇 마디 나눈 의사 선생님보다 알 수 없는 걸까'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몸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몸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감각하고, 움직인다. 그러나 이 소유는 완전한 통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배탈이 났을 때 우리는 불편함을 감각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지만 그 원인이 위장 내의 어떤 작용 때문인지, 어떤 균 때문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는 없다.

어제 잘못 먹은 김밥인가 의심까지는 해볼 수 있겠지만, 쉰 김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몸을 망가 뜨렸는지를 인지할 수는 없다.


편두통, 기침, 열, 무력감 같은 신체적 증상들은 우리가 겪는 일상적 고통이지만

그 근본적인 원인—예를 들어 감기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입하고 면역세포들이 그것을 감지해 싸우는 과정—은 체감되지 않는다. 즉, 우리 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들은 우리로부터 철저히 은폐되어 있다.

우리는 그저 피곤하고, 아프고, 식욕이 없다는 것을 감각할 뿐, 스스로 원인을 찾아 치료할 수는 없다.


설사 우리 몸의 반응을 하더라도 이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닌 신체의 무의식적인 반응이다.



우리는 자신의 몸을 가장 가까이서 경험하면서도,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 대부분을 타인의 도움 없이는 알 수 없다.


과연 인간은 언젠가 자신의 장기 하나하나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질병의 초기 징후를 직관적으로 감지하며, 필요한 조치를 스스로 취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한 개인이 인지하고 조치해야 하는 양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런 완전한 자기 인식이 가능해진다 해도, 그것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지는 않을까 우려도 된다. 우리의 몸은 지금처럼 모호하고, 경험적이며, 때로는 알 수 없게 유지되는 편이 오히려 더 안정적인 상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프다’는 느낌에서 ‘왜 아픈지’를 찾아가는 일.

그 틈에 놓여 있는 정보의 어둠.

우리는 여전히 자기 몸조차 번역이 필요한 존재이기에 나는 과연 내 몸의 주인이 맞는지 질문을 던져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반복되는 싸움의 유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