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읽고 돌아본 내가 구매한 꿈들에 대하여
나는 주로 인문학이나 자기 계발 서적, 소설을 읽는다면 주로 SF 장르의 소설을 찾아 읽는다. 서점에 가면 이런저런 책 구경들을 하지만, 국내 소설란에 진열되어 있는 동화 같은 표지의 소설들을 집어서 읽어보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나중에 사람들에게 읽힐 글을 쓰고 싶다면, 사람들이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 인기 있는 글을 읽고 내 스펙트럼을 넓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간략한 줄거리를 이야기해 보면, 잠든 사람들에게 꿈을 판매하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생명체들은 백화점에서 꿈을 고르고, 꿈에 대한 만족도에 따라 느낀 그들의 감정 일부를 백화점에 지불한다. 주인공 페니는 이러한 꿈 백화점의 신입 사원이고 이야기는 페니가 백화점에서 일을 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꿈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힐링되는 이야기를 읽으며 '꿈을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겠구나' 하면서 작가의 상상력으로 쓰인 세계를 여행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내가 꾸었던 꿈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꿈을 얼마나 꾸는지는 몰라 내가 평균보다 많이 꾸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종종 꿈을 꾸며, 정말 다양한 종류의 꿈들을 꾼다. 물론 꿈을 꾸고 일어난 직후에는 너무나도 생생한 나머지 꿈임을 알 수 없었다고 생각을 하기도 하고, 깨고 난 후에야 발견하는 논리적 모순을 발견하기도 하고, 엄청 참신하다고 생각되어 나중에 소설의 소재로 써야겠다고 다짐하고 기록해 둔 메모들을 먼 훗날에야 발견해서 이게 도통 무슨 소리인지 꿈이 기억나지도 않을 때도 있지만, 소설에서 말한 것처럼 꿈은 그 자체로 존재해도 충분히 의미 있고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정말 다양한 꿈들을 꾸었지만, 누군가 내게 '기억에 남는 꿈'을 묻는다면 나는 ‘반복해서 꾸었던 꿈’으로 답을 할 것 같다. 꿈을 꾸고 난 직후에는 항상 그 꿈이 여태껏 꾸었던 꿈 중에 가장 생생하고, 참신해서 인상적이지만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망각에 의해 꾸었던 꿈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흐릿해지다가 마침내는 사라지게 된다. 누군가는 그런 망각에도 잊히지 않는 꿈이 진짜 ‘기억에 남는 꿈’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런 망각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꾸어서 기억 속에 학습되어 남은 꿈들이 기억에 남는 꿈이다.
지금 떠올려보면 기억에 남는 꿈은 크게 총 세 종류가 있다. 두 개는 어렸을 때 많이 꾸었던 꿈이고, 다른 한 개는 현재에도 잊을만하면 한 번씩 나를 찾아오는 그리운 꿈이다.
각각을 명명해 본다면 아래와 같다.
1. 붉은 하늘 꿈
2. 엘리베이터 꿈
3. 스톤 꿈
붉은 하늘 꿈과 엘리베이터 꿈은 어렸을 때 자주 꾸었던 꿈이고, 악몽에 가까운 꿈이었다. 때로는 붉은 하늘 꿈에서 엘리베이터 꿈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기도 했다.
첫 번째 붉은 하늘 꿈같은 경우에는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많이 꾸는 소재일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이다. 그 대상은 어렸을 적 공포의 대상이었던 빨간 마스크 같은 귀신같은 존재일 때도 있거나 아니면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캐릭터였을 때도 있다.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유희왕 ‘인조인간 사이커쇼커’인데, 만화에서 볼 때 그렇게 공포스러운 존재가 아니었는데 꿈에서는 빨간 눈에서 빔을 쏘아대며 나를 쫓아오는 공포의 존재가 되어 있었다. 어쨌든 이런 존재들이 나를 쫓아올 때 하늘은 항상 붉게 물들어 있었고, 전쟁을 직접 경험해 보지는 않았지만 주변 분위기는 항상 전쟁 같은 분위기였다. 어렸을 때에는 한 없이 쫓겨 다녔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붉은 환경에 열심히 달릴 때이면 스스로 악몽임을 자각하게 되었을 때부터 이 악몽을 꾸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던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쫓기면서 정말 다양한 시도들을 했었는데, 그중 하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을 도망가는 시도였고, 그 시도는 두 번째인 엘리베이터 꿈으로 이어지곤 했다.
엘리베이터 꿈은 기본적으로 엘리베이터가 기존 디자인의 한계를 잊고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는 악몽이다. 예를 들면, 나는 어렸을 때 15층짜리 아파트에서 8층에 살고 있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을 눌러 집에 가려고 하면, 엘리베이터가 도착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엘리베이터 층수를 보게 되면, 아파트에 존재하지 않는 17층이라던가, 숫자가 세 자리를 넘어서 계속 올라가던가, 아니면 아예 층수 자체에 오류가 표시되는 꿈이다. 엘리베이터가 언제 멈출지 모른다는 두려움, 멈춘 후에 내린 곳을 알 수 없다는 두려움, 갑자기 높은 곳에서 추락을 시작하는 등 보통의 결말이 부정적인 쪽으로 향했기 때문에 나는 이 꿈도 악몽으로 분류했다. 나중에는 하도 많이 악몽울 꾸어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부터 ‘아 또 시작이네’ 하면서 한숨을 쉬기도 했는데, 그렇게 한숨 쉬고 난 후부터는 또 이 악몽을 꾸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런 악몽류는 극복 방안(?)이 생긴 후로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든 것 같은데, 너무 많이 반복된 꿈이다 보니 배경이 뭔가 싸하면 내가 꿈인걸 바로 알아채는 게 꾸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물론 꿈은 정말 이상해서, 아무리 많이 반복되더라도, 꾸고 있는 당시에는 반복되는 줄 모를 때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마지막 세 번째 '스톤 꿈'은 아마 정말 내 정체성이 반영된 꿈이라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생각된다. 스톤은 과거 넷마블에서 서비스했던 ‘스톤에이지’라는 석기사대 배경의 온라인 게임인데, 내 인생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인생 게임은 살면서 했던 가장 재밌는 게임이라는 의미는 아니고, 내 인생에 가장 영향을 많이 준 게임이란 뜻이다. 어렸을 적 형이 수동 매크로(?) 용도로 이 맵에서 움직이다가 LV 1짜리가 나오면 본인을 불러달라고 부탁하면서 처음 접했던 게임으로, 이후 나의 계정을 만들고 혼자서 게임을 하면서 접고 복귀하고 접고 복귀하고 반복하며 서비스가 종료될 때까지 내 학창 시절을 주욱 함께 했던 게임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쯤 서비스가 종료가 되었던 것 같은데, 잊을만하면 한 번쯤 꿈에 나와 추억여행을 하게 만드는 그리운 꿈이다.
돌아보면, 게임에는 정말 흥미롭고 다양한 요소가 많았었다.
퀘스트를 깨기 위해 복잡한 미로 같은 맵들을 휘저으며 돌아다니고, 사냥을 할 때면 타이밍에 맞추어 클릭을 하는 시간 외에는 심심하다 보니 다른 유저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잠시 접었다가 복귀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해서, 내가 키우고 있던 펫이나 아이템들이 비싸져있기도 하고 정말 여러모로 즐거운 콘텐츠들이 많았었던 게임이다.
꿈을 꾸면 나는 보통 초보자들이 주로 사냥했던 사냥터 근처 맵에서 시작하고 있다. 현실의 몸으로 몬스터들을 마주하고, 게임을 즐기다가 잠에서 깨면 문득 어렸을 때 즐겨했던 게임 추억에 잠겨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중간중간 모바일 버전의 스톤에이지가 나와서 추억을 회상할 겸 해보았지만, 원작과 다르다는 차이도 있었고, 현실의 나도 과거만큼 게임에 몰입할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과거만큼 즐기지는 못했었다. 아마 어떤 형태로든 게임이 다시 나온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나는 과거만큼 즐길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아쉬움에 의해 종종 잠에 빠진 내가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이 그리운 꿈을 구매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프롤로그에서 페니가 달러구트에게 이야기한 것처럼, 좋은 꿈이든, 나쁜 꿈이든 꿈은 꿈일 뿐 깨어나면 그뿐이다.
꿈이 현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미신도 있고, 꿈에서 느꼈던 감정으로 시작되어 현실의 삶에 영향을 줄 수도 있겠지만 영향을 받을지 말지 선택을 하는 것은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악몽들을 구매하였던 잠든 나의 생각과 의도는 모르겠으나, 바쁜 현생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스톤 꿈들을 사주었던 잠들어있는 나에게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감사의 인사를 전해본다.
글을 마무리하며, 여러분의 기억에 남는 꿈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