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리뷰)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 남긴 발자국
링크가 기나긴 잠에서 깨어나 동굴을 뛰쳐나간 하이랄 평원 위, 바람이 쓸고 지나가는 언덕에 서 있던 첫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발밑에는 풀들이 바람결에 흔들리고, 멀리서는 새들이 작은 점처럼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단 한 장의 사진처럼 눈앞에 펼쳐진 그 풍경은 현실보다도 더 선명했습니다. 지도에는 아무런 길이 없었지만,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유가 오히려 저를 주춤하게 만들었습니다. 다른 게임들과는 다른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만의 첫 시작과 첫걸음이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은 여행자의 심정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야숨에서는 게임 내 시간대에 따라서 많은 것들이 바뀌는데요. 특히 저녁 무렵, 언덕 너머로 붉은 태양이 천천히 내려앉고 하늘이 보랏빛으로 번져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무심코 걸음을 멈추고 오래도록 화면을 바라봤습니다. 닌텐도 스위치 속 작은 화면을 통해 보는 풍경은 “예쁘다”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 순간은 제 안의 복잡한 생각을 잠시나마 멈추게 해주었습니다. 가끔은 구름이 재밌는 모양으로 흘러가고, 어느 날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며 무지개가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것들은 단순한 그래픽이 아니라,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한 장의 풍경사진 같았습니다.
현실 속 거의 모든 현상을 재현해주는 게임 속 물리엔진 때문에 다양한 에피소드가 생기는데요. 이는 출시된지 거의 10년이 다 되가는 지금도 많은 유저가 유튜브 쇼츠로 만들어낼 정도입니다. 저는 처음 번개를 맞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철제 무기를 들고 있었던 탓에 번쩍하는 순간 화면이 하얘지고, 링크가 순식간에 쓰러졌죠. 당황하면서도 웃음이 터졌습니다. 또 언젠가는 이상한 곳에서 마주친 괴상한 퍼즐을 풀다가, 작은 코르그 친구가 튀어나와 “야~하!” 하고 인사하던 장면도 있었습니다. 거창한 던전의 보스보다, 이런 작은 사건들이 저를 더 오래 붙잡았습니다. 모험은 결국 거대한 싸움이 아니라 사소한 순간에 숨어 있었습니다.
현실과 유사한 게임 속 환경 때문에 야생의 숨결 속 자연은 언제나 저를 시험했습니다. 바람이 불면 화살은 예상보다 멀리 날아가고, 비가 오면 매끈한 절벽에서 미끄러져 내려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고통스러워하는 링크를 보며 힘들었지만, 동시에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강을 건너려다 물살에 떠밀려 허우적대던 기억, 추운 지역에 방심하고 들어갔다가 체력이 깎여 나가던 순간들은 제게 ‘세상은 제 마음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진리를 알려주었습니다. 대신에 나무 다리를 놓아 강을 건너고, 추운 지역에 갈 때는 따뜻한 옷을 걸치거나 체온을 올려주는 요리를 먹는 등 대처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했습죠.
야숨에서 링크는 동료들이 다 세상을 떠났기에 혼자서만 여행합니다. 그래서 고독한 순간이 많습니다. 광활한 들판에서 홀로 불을 피우고 밤을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는데, 모닥불 소리와 바람이 함께해주는 느낌이 묘하게 따뜻했습니다. 또 가끔 길 위에서 만나는 여행자나 마을 주민들이 건네는 짧은 대화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NPC의 대사 한 줄조차도 이 세계에서 링크가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었습니다. 고독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오히려 다정했고, 혼자라는 사실이 외로움이 아니라 자유와 사색의 시간이 되어주었습니다.
모험 내내 (영혼이었지만) 함께했던 4명의 영걸들은 단순한 동료가 아니라, 링크가 이어받아야 할 '의지'였습니다. 미파의 따스한 눈빛, 리발의 날카로운 자존심, 다르케르의 듬직한 믿음, 우르보사의 강인한 의지가 늘 링크 곁을 지켜주고 있었죠. 그들과 맺은 약속은 결국 하이랄을 위해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고, 엔딩 즈음에 볼 수 있는 컷신에서 모두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마치 오래전 동료들과 단체 사진을 남긴 듯한 묘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 사진은 영웅과 동료들이 끝내 지켜낸 시간을 증명하는 기념비처럼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야생의 숨결 속 배경음악은 자연과 어우러지듯 은은하게 흐르지만, 그중에서도 리토 마을의 음악은 제 마음에 깊게 새겨졌습니다. 잔잔한 선율 위로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듯한 음색은, 마치 높은 절벽 위 마을에서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새들의 노래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글을 쓰거나 집중해야 할 순간에 리토 마을의 테마를 틀곤 합니다. 배경에 흐르는 그 음악을 들으면 어쩐지 마음이 차분해지고, 동시에 가볍게 날아오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리토마을 배경음악은 지금도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어주는 신기한 노래입니다.
모험의 끝은 결국 젤다와의 약속을 달성하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플레이어는 링크가 오랜 시간 잠들어버린 탓에 잃어버렸던 기억을 하나씩 되찾아가게 되는데요. 이는 링크의 여정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젤다와의 소중한 추억, 동료와의 유대감, 링크라는 존재의 시간을 복원하는 과정으로 생각합니다. 기억은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따뜻하게 링크를 이끌었습니다. 그 끝에서 젤다와 재회하는 장면은 “기억하고 기다린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엔딩을 본 이후로 후유증이 생각보다 오래갔었습니다. 젤다와 링크, 4영걸들과의 추억이 강렬했던 것도 있지만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됐달까요. 일상 속 출근길 지하철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나, 퇴근길에 불어오는 바람조차도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하이랄에서의 경험이 제 시선을 바꾼 것입니다. 평범한 길도 모험의 시작이 될 수 있고 작은 풍경도 추억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야생의 숨결은 단순히 거대한 오픈월드의 모험이 아니었습니다. ‘살아가는 것도 결국은 작은 모험들의 연속’이라는 메시지를 건넸습니다. 풍경은 마음을 위로했고, 번개에 쓰러진 순간조차도 웃음을 남겼습니다. 고독은 따뜻했고, 젤다와의 약속은 기억과 기다림의 힘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휴대폰 앨범 속 사진처럼, 매일의 일상에서 작은 조각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언젠가 돌아보면, 그 순간들이 제 삶의 또 다른 야생의 숨결이 되어 있을 거라 믿습니다.
-총평
-스토리 : ★★★★★ (5점)
-게임성 : ★★★★ ★ (5점)
-BGM : ★★★★★ (5점)
-아트워크 : ★★★★★ (5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