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판별가' 편집샵 직원들에게 테스트 받는 거 같다
1. 왜인지 모르게 긴장된다
뚝섬역 길을 걷다 슬로우스테디클럽 매장에 들어가기 전은 항상 긴장됩니다.
유리 너머로 보이는 매장은 언제나 조용하고 정돈돼 있고
입구에 걸린 재킷 하나, 조명 아래 가지런히 놓인 셔츠 몇 벌.
그 질서정연한 풍경 앞에서 잠시 망설입니다. 그리고 기합을 넣고 들어가죠.
문을 열면 낯선 향기와 조용한 인사에 괜히 어깨가 굳어집니다.
반겨주는 직원의 인사와 여유로운 모습이 오히려 긴장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기합과 저를 다잡습니다.
‘괜찮아, 오늘은 입은 옷 괜찮아.’
2. 멋쟁이 판별가들 앞에 선 나
편집샵을 혼자 들어갈 때는 언제나 무섭습니다. 직원들이 내뿜는 아우라 때문일까요.
자연스러운 셔츠핏, 깔끔한 팬츠, 절제된 코디...
멋쟁이 판별가들의 시선이 제 옷차림을 조용히 평가하는 것 같아 괜히 작아집니다.
‘이 옷으로 괜찮을까?’ ‘너무 편하게 입고 온 건 아닐까?’
그럴 때마다 저는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빠르게 옷을 구경하러 갑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옷 한 벌을 꺼내 들면 괜한 걱정이 사라집니다.
"어깨가 살짝 내려오는 디자인이라 이쪽이 더 잘 어울리실 거예요.”
멋쟁이 판별가로 보였던 점원들은 누구보다 친절하게 알려주는 안내자기 때문입니다.
되레 겁을 먹은 저를 엄격하게 판별하는 건 스스로가 아니었을까. 되돌아보는 순간입니다.
3. 시간이 지나도 빠지지 않는 기합
멋쟁이가 되고 싶은 저는 편집샵에 몇번을 가도 기합이 빠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아무것도 사지 않고, 구경만 하고 나와도 괜찮아졌습니다.
편집샵만의 옷 스타일과, 가게별로 다른 진열, 분위기를 즐기는 여유가 생겼달까요.
어떤 색이 나와 어울리는지, 어떤 옷감이 기억에 남는지 등
취향이 생기면서 그와 함께 편집샵에 머무를 용기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뭔가 무섭습니다.
혼자선 두려워 아내에게 함께 가달라고도 하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멋쟁이가 되는 길은 너무 어렵네요.
오늘도 멋진 옷가게에 들어갈 때마다 기합을 넣습니다.
‘괜찮아, 오늘은 입은 옷 괜찮아.’